[키워드로 보는 2021 경제①10년 만에 ‘고물가’…코로나로 방향 꺾인 길

이윤주 기자

인플레이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3%
코로나 이후 원자재값 상승에
디플레 우려와 정반대로 전환
‘공급망 병목’ 등 장기전 전망
각국 금리 인상 카드 등 대응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10년여 만에 ‘고물가’라는 낯선 경험을 했다.

연초 계란, 파 같은 밥상물가에서 시작해 하반기 들어서는 기름, 라면이나 참치 같은 가공식품, 외식비 등 서비스 품목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물가 오름세가 확산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 수요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대응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1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를 기록하고 있다. 연간상승률로는 2012년 2.2% 이후 처음으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통해 “최근 들어 물가상승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실제 2019년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령화·저출생이 급격히 진행되고,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면서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됐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물가를 둘러싼 환경이 정반대 국면을 맞고 있다. 물가를 크게 끌어올린 요인은 국제유가 등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실제 한은 분석을 보면 올 10~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4%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석유류의 기여도가 1.17%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에서 경제가 빠르게 반등했지만 원유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친환경·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공급도 예상에 미치지 못한 탓에 휘발유나 천연가스 같은 기존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까지 겹쳤다.

‘공급망 병목 현상’은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 등에 따라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재화소비가 빠르게 늘어난 데 비해 노동 공급 부족, 검역 강화, 봉쇄조치 등으로 공급망이 삐걱거리면서 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지원책으로 가계의 저축이 늘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역 조치 시행으로 억눌렸던 민간소비가 내년에 더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에서 경제 재개방(리오프닝)에 따른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이지만 ‘위드 코로나’ 국면이 확대된다면 아시아 국가에서도 리오프닝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각국 중앙은행들도 물가 대응을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경제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한은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기존 전망을 거두고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은 내년 하반기 들어 조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물가 관련한 복합적 요인들이 모두 다 가능한 상황이라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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