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믿어, 붕세권빵 굽는 상인들읽음

유선희 기자

파는 곳 알려주는 앱 인기

‘코로나 폐업’ 자영업자들

“망해도 해보자” 업종 변경

앙버터 등 종류도 다양화

널 믿어, 붕세권빵 굽는 상인들

달큰한 냄새에 바삐 옮기던 발걸음을 멈춘다. 갓 구워진 붕어빵에 시선이 꽂힌다. 겨울이 왔음을 눈과 코로 느낀다. 겨울 대표 간식이라지만 이제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역세권’에 빗대어 집 근처에 붕어빵을 파는 곳을 일컫는 ‘붕세권’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붕세권? 요즘 애들 용어는 몰라요. 동대문에서 아는 분이 붕어빵을 만든다길래 도와주다가 따로 노점상을 차려 장사하는 거야. 겨울에 서민들 간식으로 최고잖아요.”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만난 붕어빵 노점상 이모씨(66)의 손이 바빴다. 10년 가까이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는 이씨의 오른쪽 손목에는 손목보호대가 채워져 있었다.

붕어빵은 2마리에 1000원. 1년 전까지 3마리에 1000원을 고수했다. 하지만 원재료 값이 올라 이전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이씨는 “물가가 안 오른 게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그래도 단골이 생기고 하루라도 문 닫으면 다음날 손님들이 ‘찾았다’고 말해주는 게 참 감사하다”고 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는 붕어빵을 판매하는 곳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다. 그러자 ‘붕세권’을 써 붙이고 붕어빵을 판매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상인 김모씨(33)는 송파구 문정동 자신의 가게 앞에서 지난달 초 처음으로 붕어빵 장사에 나섰다. 가게 배너 거치대 뒤에 테이프로 ‘붕세권’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붙였다. 김씨는 “눈에 띄려고 일부러 촌스럽게 붙였다”며 웃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꼬치집 영업을 시작해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시간 제한의 영향이 컸다. 2년째 코로나19가 이어져 대책이 필요할 때 붕어빵을 떠올렸다. 김씨는 “겨울이면 생각나지 않느냐”며 “대학교 때 100원에 판매하는 미니붕어빵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고 원체 붕어빵도 좋아해서 직접 장사를 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붕세권 앱’에도 등록했다. 김씨는 “앱을 보고 방문했다는 분들도 있고, 당근마켓에서 물어 물어 찾는 분들도 계시더라”며 “3마리에 1000원에 팔고 싶었는데 그러면 기계대여비나 전기료 등을 감당할 수 없어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엄청난 매출이 있는 건 아니어도 손님들이랑 얼굴을 마주하고 장사를 한다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이모씨(26)는 재작년 9월 강남구 반포동에 선술집을 열었다. 여느 자영업자들처럼 영업시간 제한의 직격탄을 맞았다. 문 연 지 3개월여 만에 폐업 위기에 몰렸다. 이씨는 “정말 굶어죽을 판이었다. 아르바이트생과 대책을 논의하던 중 ‘붕세권 앱’이 뜨고 붕어빵을 찾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망해도 일단 해보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붕세권 앱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씨는 “가게 내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거여서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일반 붕어빵 판매로는 임대료도 내질 못하겠더라”며 “다양한 재료를 고급으로 선보이는 콘셉트로 정하게 됐다”고 했다. 흔히 파는붕어빵 외에 앙버터나 통모짜, 베이컨 등 13가지 붕어빵 메뉴를 개발했다. 다행히 젊은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씨는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며 “더 많은 신메뉴도 개발해 선보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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