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왜 빅테크의 새로운 전쟁터가 됐을까

이윤정 기자
게임은 왜 빅테크의 새로운 전쟁터가 됐을까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면서다. 인수금액은 687억달러(약 82조원)로, 정보기술(IT) 산업 역사상 인수·합병 최고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MS가 게임산업에 본격 뛰어드는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MS는 IT솔루션을 지원하는 글로벌 IT벤더 기업 중에서 지난해 압도적인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잘나가는’ 빅테크 기업이다. 발표 직전 블리자드 주가보다 약 45% 높은 가격에 ‘전액 현금’을 지불하며 게임회사를 인수하는 MS의 속내는 무엇일까.

영국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2일 “MS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게임 산업에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지만, 앞으로 게임은 빅테크 기업의 새로운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이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왜 빅테크의 새로운 전쟁터가 됐을까

영화 산업과 비교하면 게임 산업은 이미 영화 수익의 2배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게임시장은 1800억달러(약 215조2000억원)에 달했다. 영화 산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0년에는 세계 영화 산업 매출이 800억달러 규모로 내려앉았다. 반면 게임 산업은 2019년부터 연평균 8.7% 성장해 2024년엔 2188억달러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라보증권의 닐 캠플링 기술분야 분석가는 FT에 “15년 전 게임 인구는 2억명이었지만 이제 27억명에 달한다. 게임은 가장 큰 형태의 미디어가 됐다”고 분석했다.

MS 등 빅테크 기업들은 게임을 중심으로 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미디어 컨설턴트인 마이클 울프는 “빅테크 기업들은 게임을 기반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사업을 펼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을 하면서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될 것”이라며 “현실 세계에서 하는 모든 것을 게임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에 뛰어드는 빅테크 업체는 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일부터 한국·홍콩·대만에서 ‘구글 플레이 게임’ 베타 서비스에 돌입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하던 게임을 PC에서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도 속속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게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은 자체 모바일 앱 스토어를 가지고 있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을 지원하는 오큘라스 헤드셋 등을 출시해 초기 메타버스 시장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캐스린 루디 해리건 컬럼비아대 교수는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선제공격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MS가 애플이나 구글의 앱스토어를 우회할 수 있는 MS만의 게임 스토어를 열 가능성도 점쳐진다. MS가 자체 게임 스토어를 열면 앱스토어에 내는 각종 수수료를 우회할 수 있다.

MS는 4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블리자드를 품으면서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의 텐센트(텅쉰), 일본의 소니그룹에 이어 세계 3위 게임업체로 올라선다.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게임을 개발해왔다. 특히 블리자드에는 모바일상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임 ‘캔디 크러쉬’ 제작사 ‘킹’이 있다. MS는 모바일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만큼 블리자드를 통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뒤 메타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뉴욕타임스는 “테크 기업들은 향후 메타버스가 어떤 형태로 펼쳐질지 알 수는 없지만 게임이 그 관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게임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메타버스로 향하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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