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노트

‘오이스터에이블’ 배태관 대표 “일회용품 현금 포인트 넘어 이젠 다회용품 확산에 초점”

조미덥 기자

‘적극적인 환경보호 동기 없을까’

분리배출함 기술 자체 개발하고

기업 마케팅 비용으로 재원 조달

기업 이미지, 소비자 보상 얻어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자사 분리배출함 ‘오늘의 분리수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자사 분리배출함 ‘오늘의 분리수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분리수거를 하는 만큼 포인트가 누적돼 상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이스터에이블은 이런 생각을 현실에 구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38)는 “쓰레기는 가장 심각한 도시 문제인데, 재활용 분야엔 재래식 기술만 있고 정부도 시민의식만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에 대한 참여를 북돋을까’란 고민으로 2016년 회사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거한 페트병 하나에 5원을 받는 현실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보상을 만드냐는 것이었다. 오이스터에이블은 기업의 마케팅 비용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 경영에 책정된 자금을 끌어들였다. 기업은 분리수거를 한 소비자에게 보상을 하는 만큼 제품 홍보와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분리배출함 보급도 문제였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직접 기술을 개발해 단가를 낮췄다. 2017년까지 인공지능(AI)을 통한 재활용품 인식, 포인트를 통한 보상 시스템, 모듈형으로 손쉬운 유지·보수 등의 특허를 출원했고, 수천만원에 달하던 분리배출함 단가를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오이스터에이블은 분리배출함을 아파트나 공공기관, 회사에 팔아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기존 재활용 수거 업체들과도 ‘윈윈’ 할 수 있었다.

2016년 창업하자마자 환경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 중요한 발판이 됐다.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분리수거가 저조하다’는 우유팩으로 시범사업을 했다. 주민들은 분리배출함과 연동된 ‘오늘의 분리수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포인트를 쌓아 매일유업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우유팩 공급 대비 수거율이 68%(평균 25%)로 수직 상승했다. 분리배출함은 2018년 공식 출시된 후 빠르게 확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도 있었다. 2020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방역 이외의 사업을 축소했다. 하지만 ‘집콕’ 생활이 길어지고 일회용품 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이스터에이블을 찾는 이들도 다시 많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분리배출함은 전국 12개 시도에 350대가 설치돼 있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이제 다회용품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 대표는 “일회용품을 쓰고 재활용하는 것보다 다회용품을 보급해 재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회용품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점점 다회용품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현재 스타벅스, SK그룹 등과 손잡고 다회용컵 사업을 하고 있다. 이용자가 오이스터에이블의 다회용컵 반납기에 컵을 넣으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분리수거를 할 때처럼 다회용품 반납에 보상을 주는 시스템도 추가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기존의 분리수거 앱을 확장한 형태의 통합 앱도 내놓기로 했다.

오이스터에이블이 차후 취급하려는 다회용품은 음식용기와 택배상자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앱에 음식을 주문하거나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에 상품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를 선택하고, 집 주변 편의점 등 거점의 반납기에 반납하는 형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서울 신촌에서 배달용 음식용기 시범사업을 하려 준비하고 있다.

배 대표는 오이스터에이블의 장기 목표로 “환경보호에 기여한 ‘영웅’에게 일종의 등급을 인증해드리고, 그 인증으로 금리 혜택이나 영화관 할인을 받는 보상 모델을 꿈꾼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기업, 기관이 함께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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