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취업자 마이너스 시대’…새 정부 일자리 정책 ‘저출생·고령화·지역불균형’ 대안 담아야

반기웅 기자
실버취업박람회에 나온 고령자들이 취업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경향 DB사진

실버취업박람회에 나온 고령자들이 취업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경향 DB사진

임기 동안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인 노동은 증가한 인구구조
일자리 정책 설계 과정 ‘고민’

수도권 인구 쏠려 지방선 위기
지역에 청년 유입대책 마련을

2024년에는 ‘취업자 마이너스 시대’가 열린다. 해마다 늘어났고, 늘어나는 것이 당연해 보이던 취업자 수가 2024년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새 정부는 역대 처음으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시기’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한국은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 국가다. 지난해 인구 자연감소 규모는 5만7300명으로, 1년 전(3만3000명)보다 더 커졌다. 지난해에는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조출생률 등 출생 관련 모든 수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하는 인구(생산가능인구) 감소세도 가파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15세 이상 고용률(60.9%·2019년 기준)이 계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2024년 취업자는 전년보다 1만9439명 줄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노동부 전망도 다르지 않다.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5년을 정점으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생산가능인구 중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취업 의사를 갖춘 사람)가 감소세에 접어든다. 2030년까지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320만명 줄어들고, 인구에서 중장년층(50세 이상) 비중이 과반(55%)에 이른다. 반면 청년층(15~29세)은 2020년 19.9%에서 2030년 14.7%로 줄어든다.

새 정부 임기 동안 저출생·고령화 흐름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경제 생산성의 핵심인 청년 인구 감소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하는 노인’은 그만큼 더 늘어난다.

일하는 노인은 현 정부에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정부 예산으로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을 확대했다. 이는 일자리를 통해 일정 소득을 보전해주는 ‘사회복지’ 성격이 짙다.

차기 정부에서는 직접일자리 사업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을 ‘돈 들여 만든 질 나쁜 일자리’라고 비판하면서 민간 중심 ‘시장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공약집에서도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민간의 혁신과 창의를 통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직접일자리 사업은 차기 정부 지출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시기에 단번에 직접일자리를 없애기는 쉽지 않다. 특히 현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 중 노인 일자리는 ‘괜찮은 일자리’는 아니지만 노인에게는 생계를 위해 필요한 일자리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노인의 73.9%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 일하는 노인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전체 노동인구가 감소해 경제 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접일자리는 세금을 투입해 만든 질 나쁜 일자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하지만 고령층 비중이 높은 인구구조상 불가피하게 만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홍 연구위원은 “민간에서 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고령층의 역량을 키우고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직접일자리 사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일자리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인구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출생·고령화의 근간에는 지역 불균형 발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생의 원인을 수도권 인구 집중에서 찾는다. 조 교수는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정착한 수도권은 경쟁이 치열하고 자원이 한정된 공간”이라며 “경쟁에 내몰린 인간은 본능적으로 결혼·출산을 포기하고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열한 수도권의 삶이 결혼과 출산의 감소를 부르고 이 과정에서 청년이 빠져나간 지방은 소멸된다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저출생-지방 소멸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시급한 것은 지역에 청년이 안착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다. 조 교수는 “그냥 숫자상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이 가고 싶은 일자리를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며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인구 감소를 전제로 고령화와 저출생, 지역 불균형과 지역 산업구조를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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