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추경? 손실보상 축소될까...불안한 자영업자

반기웅 기자
폐업한 서울 종로구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폐업한 서울 종로구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서울 대학가에서 23년째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일선씨는 코로나19로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하고 새벽 3시까지 오토바이 배달을 했지만 월 300만원 임대료와 직원 월급, 각종 세금,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소상공인 대출을 신청했지만 세금이 밀려 대출 심사에서 탈락했다. 김씨는 지인에게 빚을 내 세금을 납부했고 그렇게 빌린 7000만원으로 밀린 월세와 물건 값, 마이너스 통장을 메꿨다. 대출금은 금세 바닥 났다. 김씨는 다시 빚 더미에 올랐다. 김씨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소상인 손실보상 및 금융지원 방안 제안’ 토론회에서 “자영업자의 희생으로 코로나가 빨리 종식될 수 있다고 해서 힘든 시간을 참고 견뎠다”며 “정부 정책으로 손해를 보고 기회를 잃었다면 실질적으로 두터운 보상이 이뤄져야한다”고 했다.

비단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2019년 685조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021년 910조원으로 2년 만에 32.8% 폭증했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3억5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 9000만원의 4배에 달한다. 반면 자영업자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2019년 3300만원에서 2020년 1900만원으로 43.1%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손실보상금과 별개로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재난지원금(12조2000억원), 버팀목자금(4조5000억원), 1차 방역지원금(3조2000억원), 2차 방역지원금(9조6000억원) 등 피해지원금·대출금을 지원했다. 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은 7차례에 걸쳐 36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에 대한 온전한 보상은 요원하다.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최부금씨는 “피해액에 비해 터무니 없는 보상금이 책정됐다”며 “손실보상지원금과 방역지원금은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50조원 이상 재정자금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할 것”을 약속했다. 5조원 이상 특례보증을 통한 저리대출과 손실보상 소급적용, 임대료 나눔제 등 다양한 손실보상 공약을 쏟아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온전한 손실보상을 재차 약속했다. 12일 인수위 청년소통TF는 손실보상금 반납 요청으로 피해를 본 경기 김포시의 키즈카페를 방문했다. 키즈카페 업주 A씨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손실보상금 계산 오류를 이유로 지급액 2500만원 중 2000만원을 반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2019년 창업자의 손실보상액을 2020년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2020년은 코로나19로 영업이익 자체가 없기 때문에 최저 보상액을 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인수위는 “중기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손실보상 제도의 사각지대를 소상히 밝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영업이익 현황.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영업이익 현황. 소상공인연합회

인수위는 큰 소리 치지만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질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인수위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지원액이 35조원 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문재인 정부가 지급한 1차 추경의 지원액 16조원은 제외하고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자영업자 지원액 축소를 검토하는 것은 국채발행에 따른 부담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지출을 줄여도 10조원 이상을 마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머지 재원을 국채발행으로 마련할 경우 국채 금리가 폭등할 우려가 있는데다 대규모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도 더 자극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채무도 큰 폭으로 증가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도 배치된다.

추경 규모 축소 소식에 자영업자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일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손실보상)50조는 온데간데없고 35조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며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한 통한 손실보상 공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코로나 정책 재정을 과소 책정했고 그 결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곤란을 가중시켰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가채무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해를 구한 뒤 정부 출범 즉시 추경안을 통과시키고 소상공인 피해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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