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쌍둥이 적자’…복합 위기 속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반기웅·박채영 기자
<b>재기 준비하는 자영업자들</b> 윤석열 정부가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초점을 둔 추가경정예산안을 이번주 후반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 한 상점 앞에 개업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재기 준비하는 자영업자들 윤석열 정부가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초점을 둔 추가경정예산안을 이번주 후반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 한 상점 앞에 개업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 잡기’
물가 못 잡을 경우 정책 안 먹혀

고환율·고금리 기조 지속 전망 속
무역수지 적자 폭 계속 커져
추경 집행 땐 재정수지 악화 우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와 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 우려 속에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 경제팀이 출범과 함께 복합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우선 급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일이다. 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이달에는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라면 두어달 뒤 물가 상승률이 6%를 찍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외식물가는 두 달 연속 6.6% 상승했고 서민들의 생활에 영향이 큰 생활물가지수도 5.7% 올랐다. 빠른 시간 내 물가 상승을 둔화시키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소상공인 지원책 등 주요 정책들도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고환율 상황도 우려스럽다. 1월28일 1205.5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272.70원까지 치솟았다. 일시적인 투기가 아닌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누적되면서 이뤄진 달러 강세 때문이라 외환시장에서는 1300원대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에너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면 수입원가가 폭등해 국내 물가가 직접적으로 자극을 받는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는 호재지만, 지금은 엔화도 위안화도 약세라 수출경쟁력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물가만 오르고 수출은 제자리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고금리를 막을 방법도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시장의 벤치마크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월28일 2.586%에서 지난 6일 3.431%로 급등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융채 등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기업과 금융권이 자금조달을 할때 고금리를 줘야 한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올라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진다. 코로나19로 누적 규모가 커진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55조8000억원으로 1800조원에 육박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당분간 고환율과 고금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는 점점 더 강해지고, 미국 채권금리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이 1.00%까지 올라오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1.50%)와의 차이가 0.5%포인트로 좁혀졌는데, 만약 미 연준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빅스텝을 단행한다면 한국과 금리가 같아진다.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이라면 단번에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한·미 금리 역전이 이뤄질 경우 국내 채권시장과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증시와 채권시장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을 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결국 3고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서로 영향을 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반복되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쌍둥이 적자’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3고는 무역수지를 적자로 몰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26억6000만달러 적자로 3월(-1억1500만달러)과 비교해 폭이 커졌다. 올 들어 2월을 제외한 모든 달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았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물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지난달 3대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48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 수입액 77억2000만달러와 견줘 91.8%(70억9000만달러) 급증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재정수지는 깊은 적자 상태에 빠졌다. 올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0조8000억원(1차 추경 기준) 적자가 예상된다. 재정수지를 개선할 정부 대책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50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등 공약 이행에 적극 나서면 재정수지는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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