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성장 더 봐야…빅스텝 완전 배제는 아냐”

이윤주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와 성장의 변화 등을 더 봐야 한다”면서도 “향후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3년물 국채금리가 3%를 재돌파하는 등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한은은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대회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취지”라며 시장달래기에 나섰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최근 한미 금리차 역전에 관해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빅 스텝)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고 7∼8월 경제 상황,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나라는 아직 데이터 등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빅 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이 어떻게 변화할지, 성장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좀 더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율(물가 상승률)이 8%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적어도 두 차례 이상 50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란 점은 시장에 반영돼 있다”라며 “우리나라 상황은 미국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미국과의 금리 차만을 염두에 두는 것보다는 성장, 물가 등을 보고 그에 맞춰서 대응하는 것이 낫다”라고도 설명했다.

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자 채권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17%포인트 뛰며 연 3.08%까지 올랐다. 한은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국제 유가 상승이나 환율뿐만 아니라 최근 인도의 밀수출 금지조치와 같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향후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의 설명이 나온 뒤 채권금리는 다시 3% 아래로 내려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진화로 빅 스텝 가능성은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에 따른 시장의 우려는 여전할 것”이라며 “만약, 물가가 빠르게 높아질 경우 시장에서는 5월에 이어 7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상 가능성,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이 기준금리를 미국에 동조해 급격히 올리기보다는 국내 물가·경기 여건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자본이 급격하게 국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적다고 본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된다”면서도 “그러나 한미간 물가와 경기 상황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준금리 격차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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