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짬뽕 한 그릇에 9000원. 김밥 한 줄에 4800원. 경유 1ℓ에 1975원. 생산자도 소비자도 당혹스러운 요즘 물가다.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출범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정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은 것은 낯설다. 고속 성장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은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였지만, 저성장이 일상화된 이후부터는 성장이나 혁신, 미래처럼 정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책들이 언제나 맨 앞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경제사령탑, 통화정책 수장까지 한목소리로 ‘물가 안정’을 외치는 장면에서 앞으로 한국 사회가 겪게 될 인플레이션 충격이 길고, 만만치 않을 것임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최근 물가가 요동치는 것은 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수입하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고스란히 그 충격이 시장에 전파돼 물가를 밀어올린다. 코로나19로 붕괴된 공급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물가를 자극할 대외 변수들은 쉽사리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코로나19 여진이 여전해 고강도 긴축을 통한 처방을 내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긴급하게 재정을 더 풀어 구호해야 할 시점이다. 정체된 임금과 줄어든 소득 등으로 인플레이션의 타격이 서민들에게 집중될 것이 명확한데도,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셈이다.
1970~1980년대처럼 품목별로 가격을 통제하고, 기업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물가를 억누르는 것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향후 몇 년 동안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한국만 나 홀로 ‘인플레이션 프리’ 생태계를 구축할 수도 없다. ‘위드 코로나’처럼, 앞으로 오랫동안 ‘위드 인플레이션’을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폭풍 어디쯤에 한국이 위치하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지를 4회에 걸쳐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