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주거 문화, 어떻게 달라질까

안광호 기자

AI와 IoT 등 첨단기술 접목…‘집’ 개념 바뀔 듯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서울과 경기 주요 도심의 아파트는 50층 이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밀도·초고층으로 변해버렸다.”

국회미래연구원의 2050년 한국 수도권 모습 예측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의 가속화로 양극화는 심화하고 지방은 붕괴된다.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난 직장인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국민 10명 중 4명은 고령인구가 된다. 고령자 주거 문제가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로 떠오른다.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집은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원격 근무·학습이 일상화된다. 주거 공간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고도화로 보다 스마트해진다. 교통·통신 기술의 발달로 하늘을 나는 자율주행 드론카와 플라잉카(비행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주말에도 교통체증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30년 후 주거 문화, 어떻게 달라질까

■2050년 인구 구조, 어떻게 변하나

미래 한국의 주거 형태와 문화를 예측하는 민·관의 주요 기준은 ‘인구 구성’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경고’도 고령자 증가와 총인구 감소 추세를 근거로 한다.

국내 총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했다.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인구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만 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이 0.81명으로, 사상 최저치이자 세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향후 10년간 총인구는 연평균 6만명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 인구는 5120만명, 2040년 5019만명, 2050년 4736만명, 2060년 4262만명, 2070년 3766만명 등으로 급감한다.

반면 만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2024년 1000만명을 넘고, 2050년엔 19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인구 구성비는 2020년 15.7%에서 빠르게 증가해 2050년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고령자는 한곳에서 머무르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인구이동도 근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통계청의 ‘3월 국내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국내 이동자 수는 58만7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의 73만5000명과 비교하면 무려 20.1% 감소다. 같은 달 기준 1975년(55만4000명)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독거노인 수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2021 고령자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중이 2015년 32.9%에서 2020년 35.1%로 매년 늘고 있다. 2047년에는 홀로 사는 노인 가구가 405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향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50년 정주 여건의 미래를 위한 개혁 과제로, 지역 성장 거점 기반의 스마트 도시 확충과 비수도권의 쇠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각 지역에 특화된 과감한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 정책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이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고령자의 생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을 한 가정에서 실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고령자의 생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을 한 가정에서 실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ETRI 제공

■고령자 친화적 주거 환경 확대해야

고령인구의 증가는 1인 가구와 소형 평형의 수요 확대를 불러온다. 도심에서는 단지 내 식사와 빨래 등 필요한 서비스가 모두 가능하도록 완비한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조승연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고령자 주거에 연계되는 서비스는 연령과 학력, 자산 수준에 따라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 고령자(75세 미만)는 지역사회 참여, 취미생활, 문화활동 등에 대한 수요가 높고, 후기 고령자(75세 이상)는 돌봄서비스, 식사제공 등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원하는 주거 형태 역시 원격기술이나 정보기술(IT)에 익숙한 지금의 젊은 세대와 전원주택 생활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금의 은퇴자는 서로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자 주거환경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5월 18일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주택 이외 거처’ 거주 가구 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초지자체 229곳 중 223곳(97%)에서 주택 이외 거처에 거주하는 노인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이외 거처’란 숙박업소, 기숙사 등 특수 사회시설, 판잣집·비닐하우스 등을 말한다. 경실련은 “주택 외 거처 가구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되는 가구가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준주택, 특히 고시원과 같은 다중생활시설에 대한 물리적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공급은 부족하다. 2020년 기준 전국 노인복지주택이 36곳으로, 입소 정원은 약 8000명이다. 전체 고령인구(815만명)의 0.1%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고령자 복지주택(임대주택+복지시설 공급),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을 통한 은퇴자 주거복합단지(CCRC) 조성 등을 추진 중이다.

전국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빈집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고령자뿐 아니라 청년의 주거 지원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계청의 ‘2020 주택 총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12개월 이상 빈집은 38만8326호다. 전체 빈집은 151만1306호로 전국 주택 1852만호의 8%에 달한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사망하는 등 사유로 관리가 안 되면서 비어 있는 집들이다. 빈집은 범죄의 온상이 되거나 환경 훼손, 부동산 가격 하락 초래 등 여러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따르면 빈집 수는 2050년에 302만호 수준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빈집 활용의 대표적 사례로는 전북 전주시를 꼽을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손잡고 방치된 빈집 3개 동을 매입·철거해 노인 12가구와 청년 18가구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꾸몄다. 노인과 청년이 서로 돌봄 안전망을 구성하고 청년예술인들의 마을 활동 참여로 주거와 돌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IT를 접목한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늘려야 한다. 건설사 등 업계에서는 돌봄(간병·요양) 산업 기술과 의료, 오락, 체력단련 시설 등을 갖춘 고령자 맞춤형 주택이나 시니어 단지 건설을 늘리는 추세다. 조 연구원은 “대면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고령자 지원은 임대료뿐 아니라 돌봄이나 편의시설 등 여러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아울러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주택을 늘려 단순히 고령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이나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과 무관하게 모든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열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 멀티콥터형 2인승 기체인 독일의 볼로콥터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 공항사진기자단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열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 멀티콥터형 2인승 기체인 독일의 볼로콥터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 공항사진기자단

■미래 주거, 어떻게 바뀔까

미래에도 역세권이나 숲세권과 같은 전통적인 선호 지역이 각광을 받겠지만, 집의 개념은 지금과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AI와 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고도화하고, 이를 집에 적용한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전망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최근 공개한 ‘2021 국가지능정보화백서’를 보면, 지난해 스마트홈 솔루션에 대한 세계 소비자 지출은 전년보다 44% 증가해 1230억달러(140조원)를 기록했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61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2조3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백서는 “AI와 IoT, 로봇공학 등 첨단기술이 주거 시스템에 접목되면서 집이 최첨단 지능정보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며 “스마트홈이 안락한 생활, 편안한 휴식, 안전한 삶 등 집이 가진 다양한 가치를 실현시켜주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스타트업 등 민·관의 AI 기반 고령자 맞춤형 돌봄 로봇 개발 등 실버케어 산업의 성장도 향후 주거 문화의 질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오던 ‘플라잉카’와 같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도 주거 문화의 혁신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플라잉카가 상용화되면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도심을 20분 내에 오갈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16일 “2027년이면 시민들이 사실상 완전자율차량에 탑승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4’ 시대가 열리고, 내년부터는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인 ‘UAM’의 종합 실증에 착수해 2025년에는 서울 등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모빌리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인천공항~여의도~강남권을 잇는 UAM 실증 노선 상용화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등 젊은 세대의 주거 욕구에서도 미래의 주거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부동산 개발사인 피데스개발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에 따른 수요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공간 활용을 위한 집이나 방의 용도 분화와 특화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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