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책’이라는데 ‘부자 감세’로 읽힌다

반기웅 기자

10억 아파트 보유세 7만원 줄고, 50억 아파트는 1700만원 줄어

부동산 보유세 완화 정책 분석

고가 주택 종부세 부담 대폭 줄어
중저가 주택 보유자 91%는 ‘미미’
“종부세 대상자 혜택, 민생과 멀어”

정부가 30일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를 담은 ‘긴급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줄였고, 재산세는 2021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내용을 이행한 것으로 ‘중산·서민층 주거안정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감세 혜택을 보면 중산·서민용이라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안대로라면 시가 10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는 7만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시가 50억원대의 고가 아파트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1700만원 넘게 감소한다. 겉으로는 민생안정대책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112.96㎡)의 보유세(2022년도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 100%)는 원래 45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정부 방안대로 2020년 수준 보유세로 되돌린다면 2726만원이 부과돼 1770만원 넘는 보유세를 절감할 수 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시가는 5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시가 30억원대인 서울 도곡렉슬(120.82㎡)의 보유세는 2556만원에서 918만원으로 1638만원 감소한다. 서울 잠실주공(82.61㎡)은 1580만원에서 838만원으로 742만원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주택의 보유세 감면 폭이 큰 것은 종부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크로리버파크(112.96㎡)의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3220만원에서 1650만원으로 1570만원 줄어든다. 도곡렉슬(120.82㎡) 종부세는 1636만원에서 327만원으로 1300만원가량 감면된다. 잠실주공(82.61㎡)은 올해 812만원에서 299만원으로 500만원 넘게 줄어든다.

종부세를 내지 않는 중저가 1주택자도 부담이 낮아진다. 공시가 6억 주택 보유자는 재산세 부담이 80만1000원에서 72만8000원으로 7만3000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공시가 6억원이면 시가 10억원 정도이다. 공시가 3억6500만원(시가 6억원)은 41만9000원에서 38만1000원으로 3만8000원 감면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주택자의 91%에 해당하는 6억원 이하 주택(896만호) 보유자의 세부담이 2020년보다 덜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저가 주택 보유자 91%’의 세감면 규모는 고가 주택 보유자에 비하면 상당히 미미하다. 이 때문에 ‘민생’을 앞세우지만 뒤로는 부자 감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대책은 종부세 대상자를 타깃으로 한 부자 감세”라며 “보유세 완화는 부동산시장을 자극해 되레 집값을 뛰게 만든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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