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4년만 5%대 물가, 외식물가 IMF 이후 최대 상승…"당분간 지속될 듯"

이창준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식용유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식용유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고물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겼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5%대 상승률의 고물가 흐름이 적어도 몇 달간은 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연간 물가 상승이 5%에 달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국제적인 공급 차질을 겪고 있는 석유류 및 곡물 가격이 이번 달에도 크게 오르며 물가 전반을 밀어 올렸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5월 물가 상승률 중 절반인 2.86%포인트를 공업제품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 LPG(26.0%)가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34.8% 상승했다. 이 중 경유 가격은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밀가루(26.0%)나 식용유(22.7%), 빵(9.1%) 등 가공식품도 전년 동월대비 7.6% 상승했다.

물가 지표가 일제히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근접한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역시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4.1%로 집계되며 2009년 4월(4.2%) 이후 가장 높았다. 근원물가란 일시적인 충격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집계 품목에서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지난 달 농·축·수산물은 4.2% 오르면서 전월(1.9%) 보다 상승 폭이 두배 이상 커졌다. 축산물의 상승폭이 컸는데 특히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등이 많이 올랐다. 통계청은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비 등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중에는 감자(32.1%)와 배추(24.0%) 가격의 상승률이 높았다.

서비스 가격도 전년 동월대비 5.1% 상승했는데 외식 가격의 상승률(7.4%)이 특히 두드러졌다. 외식 가격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품목 중에는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 등이 많이 올랐다. 외식 외에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이외에도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9.6% 오르면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지수상승률추이

물가지수상승률추이

정부는 당분간 5%대의 물가 상승세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달 물가 상승률이 5%대 미만으로 내려가려면 물가지수가 이번달 대비 0.4% 이상 감소해야하는데, 이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 “지난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월 대비 증감률이 0.0%였던 것을 감안하면 다음 달에도 5%대 물가상승률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7월까지는 현재의 물가 오름세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3%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5%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월별로 보면 6%도 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은 것은 외환 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정책 실패가 거듭되고 해외 요인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될 경우 연간 5% 상승률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연간 5%대 상승률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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