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먼스’ 기념하는 애플·아디다스…한국은 어떨까

이재덕 기자
애플이 지난 5월 공개한  애플워치 프라이드 에디션 밴드와 페이스(시계 화면). 애플 제공.

애플이 지난 5월 공개한 애플워치 프라이드 에디션 밴드와 페이스(시계 화면). 애플 제공.

글로벌 기업들이 ‘성소수자 인권의 달(프라이드 먼스)’인 6월을 맞아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 상품이나 관련 행사로 이를 기념하고 있다. 프라이드 먼스는 1969년 6월 미국 뉴욕의 스톤월 주점에서 성소수자들이 경찰 단속과 체포에 맞서 ‘스톤월 항쟁’을 벌인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매년 프라이드 먼스에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캐나다 토론토, 브라질 상파울루 등 전 세계 대도시에서는 퀴어 축제가 열린다. 글로벌 기업들도 ‘프라이드 에디션(Pride Edition)’이란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하는데, 특히 개인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 패션 등의 업종에서 두드러진다.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을 구입하거나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 5월25일 애플워치 페이스(시계 화면)와 애플워치용 스포츠 루프(시계 밴드)의 ‘프라이드 에디션’을 공개했다. 애플워치 페이스와 스포츠 루프에는 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상과, 흑인·라틴계 공동체 등을 상징하는 검정·갈색 등의 색상이 포함됐다. 프라이드 에디션은 2015년 퀴어 축제에 참가하는 애플 직원들을 위한 선물로 만들어졌다가, 이듬해 시장에 출시돼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또 애플은 뉴욕 스톤월 주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성애자 기념비 등을 찍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애플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개하는 행사를 지난 4일 시작했다.

아디다스의 ‘크리스 앤드류 스몰 컬랙션’ . 아디다스 제공.

아디다스의 ‘크리스 앤드류 스몰 컬랙션’ . 아디다스 제공.

아디다스는 성소수자 아티스트인 크리스 앤드류 스몰과 작업한 ‘러브 유나이트(Love Unites)’ 컬렉션을 판매한다. 아디다스의 영국·미국 공식 홈페이지는 “(해당 컬렉션은) 1969년 스톤월 항쟁에 참여한 활동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며 “성소수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디즈니 역시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지개색 미키마우스 봉제인형 등 ‘프라이드 에디션’을 판매한다. 수익금은 전 세계 17개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 기부한다. 디즈니는 “프라이드 에디션은 디즈니의 성소수자와 앨라이(Ally,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 직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성소수자 공동체와 함께 한다”고 밝혔다.

2018년 6월 뉴욕 맨해튼 ‘삼성 837센터’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사. 삼성전자 제공.

2018년 6월 뉴욕 맨해튼 ‘삼성 837센터’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사.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국법인도 매년 LGBTQ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 2018년 6월에는 뉴욕 맨해튼의 고객체험공간인 ‘삼성 837센터’에서 첫 프라이드 먼스 행사가 열렸다. 센터 곳곳에 무지개 깃발이 걸렸고, 성소수자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이 열렸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성소수자인 킹 프린세스의 공연도 진행됐다. 성소수자 직원인 조안은 삼성전자의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삼성뉴스룸 US’에 “삼성837에서의 첫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내가 환영받고 있고, 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 내 다양성을 존중할 때 직원에게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결국 회사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조직 문화로 자리잡혔다. 성소수자와 앨라이 직원들은 ‘삼성평등연합(Samsung Equality Alliance)’을 만들어 회사 내에서 공식 행사를 열고, 삼성전자 역시 적극 홍보한다. 미국 최대 성소수자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은 올해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성소수자 평등을 위한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했다.

전세계적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큰 소비시장으로 자리잡았고, 사회적 인식 역시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성소수자 인권단체 글래드(GLAAD)의 사라 케이트 엘리스 대표는 지난달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성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사회의 수용도가 1981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며 “기업들에게는 광고나 미디어에 (소외된) 성소수자들을 포함시켜야 할 사업적,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성소수자 시장도, 인식도 세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오는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예정돼 있지만, 국내 대기업 중에는 아직까지 관련 상품이나 행사를 준비 중인 곳은 없다. 아디다스코리아 역시 ‘러브 유나이트’ 시리즈를 국내 출시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나다운 행동, 컬러 그리고 기쁨의 표현. 아디다스와 크리스 앤드류 스몰의 프라이드 컬렉션을 만나보세요”라고만 소개했다. 영국과 미국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글에 있던 ‘성소수자’나 ‘LGBTQ’ ‘스톤월 항쟁’ 등의 단어는 제외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합니다’라고 했을 때 다양성과 인권 측면에서 좋게 보는 한국 소비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이 대다수”라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이 ‘프라이드 에디션’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 윌리엄스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175개국의 성소수자 사회적 수용도 2017~2020’ 연구에서 한국은 10점 만점 중 4.53점을 받아 75위에 그쳤다. 이전 연구(2014~2017년)에서 받은 4.9점보다 더 떨어졌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활동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회사(한국 법인)에도 LGBTQ 모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지 매출에 타격을 입힌다거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를 배척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LGBTQ 공동체를 조명하고 아우를 수 있는 활동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기업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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