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대인플레 상승, 이미 물가 압박”…금리 인상 당기나

이윤주 기자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표

정액 임금·생산자물가도 오름세

“선제적 통화정책” 추가 인상 시사

한은 “기대인플레 상승, 이미 물가 압박”…금리 인상 당기나

한국은행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 물가 대응을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한은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그 압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1~4분기 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받고, 3~4분기 후 물가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최근처럼 물가 상승 속도가 빠른 시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새로운 물가 정보를 자신의 기대에 빨리 반영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사이 상호작용이 더 강해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물가 상승기에 언론 기사 등을 통해 물가 관련 정보가 더 많이 제공되는 데다, 경제 주체의 물가 정보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1월 2.6%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달 3.3%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들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해 물가를 또다시 끌어올리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정액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8월 전년 동월 대비 3.42%에서 올 3월 4.05%까지 높아졌다. 전체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74%에서 반년 후인 지난 3월 6.41%까지 뛰었다. 보고서는 “물가 요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정액급여의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임금 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이 앞으로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820개 생산자물가 구성 품목 중 가격을 올린 품목의 비중은 지난해 12월 72.2%에서 올 4월 82.2%로 높아졌다. 10개 제품 중 8개는 가격을 올렸다는 뜻인데, 평균 가격 인상률도 1년 전의 13.1%에 달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판매가격 인상폭은 원자재 가격 등 높아진 비용 압력을 감안하더라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인 만큼 향후 물가 상승 기대를 일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도 물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가격이 높아져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한은 분석을 보면 환율의 물가 전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져 2020년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올해 1분기 현재 0.06에 이르렀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도 0.06%포인트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8%) 가운데 약 9%(0.34%포인트)는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도모하여 경제 주체들의 물가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기적 시계에서의 거시경제 안정화 도모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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