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2069원, 10년 만에 최고…물가 방어 카드 ‘가물’

이호준 기자

고민 깊어진 물가대책

<b>‘셀프 주유소로 갈까’</b> 국내 휘발유 가격이 10년2개월 만에 기존 최고가(2012년 4월18일 ℓ당 2062.55원)를 넘어 ℓ당 2068.91원을 기록한 12일 차량에 탑승한 시민이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가격표를 바라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셀프 주유소로 갈까’ 국내 휘발유 가격이 10년2개월 만에 기존 최고가(2012년 4월18일 ℓ당 2062.55원)를 넘어 ℓ당 2068.91원을 기록한 12일 차량에 탑승한 시민이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가격표를 바라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더 큰 폭으로 뛰는 국제유가
할당관세는 생산자 부담 완화
당장 소비자물가 잡긴 어려워

정부가 고물가 상황 해소를 위해 꺼내든 정책 카드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가격 상승분을 흡수하기 위한 정부 조치들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돼지고기 및 밀가루 할당관세 인하 조치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30%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으로,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100%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는 ℓ당 약 247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경유와 LPG의 경우 각각 ℓ당 174원, 61원 인하 효과가 있다.

문제는 가파른 유가 상승 속도로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2068.91원을 기록했다. 2012년 4월 기록했던 기존 최고가 2062.55원을 10년2개월 만에 넘어섰다.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더욱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인데, 이달 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고, 이후에도 1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에 2~3주 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내 유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유류세 실질 인하폭을 37%로 늘리는 탄력세율 조정 카드를 검토 중이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돼지고기와 식용유 등 일부 수입품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도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식품 원재료의 경우 상당수가 무관세로 이미 수입되고 있는 데다, 돼지고기를 제외하면 무관세 수입으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가 대부분 5% 이내에 그친다. 최대 25%의 관세가 인하되는 돼지고기의 경우도 수입의 과반을 차지하는 미국산과 스페인산은 FTA로 이미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된 배경으로 지목되는 국제유가와 사료값의 안정화 없이 정부의 품목별 대응만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근본적으로 할당관세가 생산자 부담 완화 정책인 만큼 직접적인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기재부가 할당관세, 부가가치세 면제 등 물가대책이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도록 ‘업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을 전 부처에 주문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정부가 집행한 추가경정예산과 향후 추진 중인 감세는 시중 유동성을 늘려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시장가격에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금리 인상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향후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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