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못 낸 ‘낙수효과론’ 5년 만에 부활

반기웅·이창준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경제정책방향

기업가·관료 한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업가·관료 한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인세율 22%로 인하, 부동산 세금도 낮춰…대기업·고가 주택자 ‘혜택’
MB·박근혜 정책 판박이…‘증세’ 세계 추세에 반하고 재정건전성 우려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를 앞세운 낙수효과 경제론이 5년 만에 부활했다. 낙수효과는 대기업·부유층에 혜택을 줘서 소득이 늘어나면 그 이득이 중소기업·저소득층에까지 흘러간다는 이론이다.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박근혜 정부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를 앞세우며 9년간 추진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정책이다. 반면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고물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경제운용 기조를 공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정부 주도 경제운용 기조를 과감히 전환해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 국면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22%로 내리기로 했다. 현행 4단계 과세표준 구간도 단순화한다. 2021년 기준 최고세율 구간 3000억원 초과 기업은 119곳으로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이 법인세 감면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부동산 보유세도 낮춘다. 1주택자 재산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45%로 내리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한다. 1주택자의 경우는 2022년 한시로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공시가격 14억원 초과부터 종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공시가격 35억원(시가 50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종부세가 당초보다 904만원이, 같은 가격 아파트를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4805만원이 절감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종부세 인하는 자산이 많은 사람이 큰 이익을 보도록 설계됐다”며 “형평성 있는 감면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 정부의 전체적인 기조는 대기업, 고가·다주택 보유자 등 경제적 강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된다. 이들로부터 투자와 소비를 유도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복안이지만, 실제로 감세에 따른 낙수효과가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면서 ‘법인세율이 1%포인트 내려가면 국내 투자가 2.8% 증가하고 고용은 4만명 늘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 이후 대기업 투자는 감소했고 기업 사내유보금은 증가했다.

수요와 공급을 눌러 물가를 잡으려는 세계적 기조에도 반한다. 영국 정부는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내년 25%로 올리기로 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법인세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전 세계가 증세에 합의했는데 한국이 갑자기 합의를 깬 모양새”라고 말했다.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넘겨받았던 박근혜 정부는 2년 연속 세수 결손 사태를 겪었다. 법인세 감면 등 법 개정 사항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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