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오름세 전망치 상회…올해 4.7% 넘을 수도”

이윤주 기자

한은 ‘물가안정목표’ 설명회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가공식품 가격 누적 상승률이 전년 말 대비 4.4% 올랐다고 밝힌 2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가공식품 가격 누적 상승률이 전년 말 대비 4.4% 올랐다고 밝힌 2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상승 요인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내달 빅스텝? 환율 등 종합적 고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 경로(상승률 연 4.5%)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을 3.1%에서 4.5%로 대폭 올려 잡은 지 한 달 만에 한은이 물가 전망치 상향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과거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선 점,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배럴당 120달러 안팎으로 크게 오른 사실이 그간 변화로 꼽혔다.

그는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3%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은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그러면서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으면 7월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물가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물가가 올랐을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율 영향, 변동금리 채권이 많은 만큼 가계 이자 부담 영향, 자본유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한국은행에서 최근 물가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한국은행에서 최근 물가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이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4.7%)을 웃돌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월(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EU의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제한등으로 국제유가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배럴당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올 2월 93.1달러에서 이달 118.9달러까지 치솟았다.

한은은 과거 20년 사이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2008년(4.7%), 2011년(4.0%)과 최근 상황도 비교했다. 원자재 가격 측면에서 과거 물가 급등기에는 중국의 제조업,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은 감염병·우크라이나 전쟁·중국 봉쇄조치 등에 영향을 받은 공급망 차질과 친환경 규제 등에 따른 생산시설 투자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과거보다 강한 편이다. 올해 1~5월 물가 상승률 4.32% 가운데 서비스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66%포인트로 석유류의 기여도를 뛰어넘는다. 한은은 “외식 등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기조적 물가도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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