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꺼지고 ‘에너지 인플레’···무역적자 103억 달러 역대 최대읽음

박상영 기자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100억달러를 넘어서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가파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 자릿수였던 수출 증가율이 지난달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둔화세가 본격화되며 무역수지 적자 폭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상반기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6% 증가한 3503억달러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상반기 수출은 매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주요 15대 품목 중 선박을 제외한 14대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철강·석유제품·바이오·이차전지 등은 역대 상반기 1위의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입액이 3606억달러로 전년보다 26.2%나 늘었다. 수입이 큰 폭으로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10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무역수지 적자 불어나

30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연합뉴스.

30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연합뉴스.

무역수지 적자는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879억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410억달러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유가는 배럴당 63.50달러에서 101.83달러로 60%가량 뛰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약 229%, 석탄은 약 223% 각각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산업생산에 필요한 비철금속, 철강 수입도 30억달러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전쟁·화재 등 전 세계 곡창지대에 악재가 겹치며 주요 농산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무역수지 적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난달 수출액이 57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한 수출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수입액은 602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4% 증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반도체 수입(38.8%)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24억7000만달러 적자를 보여 4월부터 석 달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달 21일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무역수지가 147억달러 적자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96년(206억달러 적자) 이후 최대치다.

수출 주력 업종 기업 “올 하반기 수출 증가율 0.5%에 그쳐”

2022년 하반기 업종별 수출 증감률 전망.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2022년 하반기 업종별 수출 증감률 전망.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실제 하반기 수출 전망은 어둡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2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0.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44%의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41.2%), 해상 및 항공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애로(21.9%)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급증과 하반기 수출 둔화를 우려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 우리 무역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여름철 에너지 수요가 늘고 고유가 추세까지 겹치며 무역수지 적자 우려가 커지는 만큼 산업과 무역을 둘러싼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수출 활성화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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