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 3%…에너지 전환 애먹는 까닭은?읽음

이재덕 기자
제주 한경면 앞바다에 조성된 탐라해상 풍력발전단지. 강윤중 기자

제주 한경면 앞바다에 조성된 탐라해상 풍력발전단지. 강윤중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한 전력 중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30일 공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한 재생에너지는 5278GWh(기가와트시)로, 전년(4030GWh) 대비 31%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사용한 전력은 약 3만GWh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17%가 재생에너지인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은 지난 2020년부터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고, 지난해 브라질과 멕시코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률도 전년 대비 각각 94%, 71% 증가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확보했다고 밝힌 재생에너지 규모는 500GWh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삼성전자 전력사용량(1만8410GWh)의 2.7%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에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하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이용해 지난해 재생에너지 490GWh를 구매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이외에도 기흥·화성·평택·온양 등 국내 사업장에서 태양광 발전과 지열 발전 시설을 자체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발전량은 10GWh가 채 안 된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장의 낮은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경기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주로 국내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외주화한 외국의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면서 “RE100에 가입하려는 국내 기업들은 많은데 재생에너지 공급은 적다보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4.67%로, 전세계 평균(10.3%)의 절반에 불과했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력을 공급받는 전력수급계약(PPA)으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 2020년 대만 해상의 920㎿급 해상풍력 발전소와 20년간 직접 전력을 공급받는 내용의 PPA를 체결했다. 송배전망 이용료는 대만 정부가 상당부분 부담한다.

장기 계약을 맺으면 향후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낮추고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판매하는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왔던 기업들이 이제는 발전소와 장기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도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의 경우, (기존의) REC 구매에서 PPA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PPA 제도가 도입됐지만 2022년 6월 기준 PPA 체결 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전의 송배전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망이용료가 높다보니 발전소와 기업들이 PPA 체결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좌초되는 한국형 RE100 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송배전망 이용료는 1kWh당 25~30원 수준으로, 제반비용을 모두 고려할 경우 기업의 PPA 구매단가는 1kWh당 176원(태양광), 205원(풍력)으로 상승한다. 기존의 산업용 전기요금(1kWh 당 107원)보다 각각 164%, 191% 높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시민단체 플랜 1.5의 권경락 활동가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전이 부과하는 망이용료가 PPA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망이용료 요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RE100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TSMC, 애플, 인텔 등 374개에 이른다. 지난 5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RE100 참여 시기에 대해 “전체적으로 해서 큰 선언을 하게 될 것 같다. 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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