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에 불어닥친 ‘ESG 태풍’ 수출기업은 속수무책읽음

박상영 기자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충남 천안에서 공업용 밸브장치를 제조하는 A사는 탄소배출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안전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다. 거래하는 대기업 수도 20개나 되지만 아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사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지는 않다.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ESG 정보도 부족한 마당에 기업부담이 되는 것 같아서 ESG 실사나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판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지침’ 등 ESG가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국내 수출기업 절반 이상은 대비가 부족해 원청기업으로부터 계약 파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실사 대응현황과 과제’ 조사를 보면 응답기업의 52.2%가 향후 공급망 내 ESG 경영 수준 미흡으로 고객사(원청기업)로부터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청기업은 ESG 공급망 실사를 시행할 경우 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ESG 실사 대비수준’을 묻는 질문에 ‘낮다’는 응답이 77.2%(매우 낮음 41.3%, 다소 낮음 35.9%)로 나온 반면, ‘높다’는 응답은 22.8%(매우 높음 1.2%, 다소 높음 21.6%)에 그쳤다.

‘실사 단계별 대응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대응체계 없음’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8.1%로 나와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도 많았다. ‘사전준비 단계’라는 응답은 27.5%로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협력업체 공급망 실사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기업 77.2% ESG 공급망 실사 대비 못해

이는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대기업과는 대조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기준 30대 그룹 소속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7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개사(76%)가 협력사의 ESG 경영을 관리 중이었다. 이들은 협력사 ESG 평가, ESG 컨설팅 및 교육, 행동규범 제정, 환경·안전 관리 직접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일수록 ESG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EU는 2024년 시행을 목표로 기업에 공급망 전체의 환경·인권 보호 현황에 대한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공급망 실사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EU에서 일정액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한국 대기업들은 발효 2년 뒤, 섬유·농업·광물 등 고위험으로 분류된 산업의 중견기업은 4년 뒤부터 적용받는다. 이들 기업은 인권·환경에 관한 실사의무 내용을 사내정책에 반영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해야 한다. 내년 1월에는 당장 독일에서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된다.

응답업체들은 ‘공급망 ESG 실사 관련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내부 전문인력 부족’(48.1%)을 꼽았다. 이어 ‘진단 및 컨설팅·교육 비용부담’(22.3%), ‘공급망 ESG실사 정보 부족’(12.3%) 이 뒤를 이었다.

공급망 ESG 실사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35.5%), ‘ESG 실사 소용비용 지원’(23.9%), ‘협력사 ESG교육 및 컨설팅 비용 지원’(19.3%)이라고 응답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을 위해 공급망 ESG 실사와 컨설팅, 전문인력 양성 등을 지속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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