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골목상권의 ‘공존’…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은성 기자

대통령실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온라인 투표 ‘후폭풍’

마트 노동자들은 또 다른 이유로 ‘의무휴업 폐지’ 온라인 투표 반대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투표를 반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마트 노동자들은 또 다른 이유로 ‘의무휴업 폐지’ 온라인 투표 반대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투표를 반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유통 시장 온·오프 대결 구도로 역차별…소비자 불편 해소를
소상공인, 공익적 정당성 ‘합헌’ 인정받은 최후의 보호막 제거 ‘반발’
전문가들 “규제 완화 기조 속, 지역사회 자율로 협업모델 창출 바람직”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재차 일고 있다.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대국민 온라인 투표에 부치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10개 국민제안을 이날부터 열흘간 온라인 투표를 거쳐 우수 제안(톱3)을 선정,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2012년 시행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을 해야 한다. 해당일에는 점포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주문 배송도 금지된다.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전통시장과 상생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대형마트는 시장 구도가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바뀌어 역차별을 받고, 소비자 불편만 키웠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규제완화와 휴무일 온라인 배송 재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배송 금지를 과도한 규제로 보고,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제도 개선을 논의 중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통 대기업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마트 의무휴업은 2018년 헌법소원에서 공익으로 정당성이 인정돼 합헌으로 결정됐다”며 “여러 판결에서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총연합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소비자 인식 조사도 제시했다. 이 조사에서 대형마트 휴무 시 ‘전통시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는 8.3%였다. 슈퍼마켓 이용이 37.6%로 가장 많고 이어 전자상거래 이용(14.7%), 편의점 이용(11.3%) 순이었다.

총연합회는 “이 조사 결과는 휴업일에 시장을 포함해 슈퍼와 편의점 등 골목상권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57.2%에 달해 의무휴업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규제완화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67.8%가 ‘대형마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주부 A씨(39)는 “시장과 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겹칠지 의문”이라며 “마트에 가는 이유는 쇼핑 외에도 문화센터 이용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통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공존의 규칙을 새로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회장)는 “세계적으로도 시장 보호를 위해 마트 영업을 금지한 사례가 거의 없고 시공간 제약 없이 운영하는 e커머스와도 형평성에 맞지 않아 규제를 완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정부가 일괄적으로 규제를 풀면 서로 갈등만 더 커질 것”이라며 “지자체별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 따라 지역상권에 알맞게 공동발전을 위해 대형유통사와 골목상권이 자율로 협업모델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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