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으로 줄어드는 ‘총수 친족’…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제재 못 하나읽음

반기웅 기자

‘4촌 이내 축소’ 4515명으로

사실혼 배우자도 ‘친족’ 포함

‘검머외’ 총수 지정은 제외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기업집단(재벌) 총수(동일인) 친족(특수관계인) 범위를 지금보다 축소하기로 했다.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는 총수의 친족으로 규정해 규제를 받게 됐다. 당초 한국계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일부터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개정안은 현재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돼있던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총수의 친족은 각종 자료 제출과 공시 의무 등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다만 친족에서 제외되는 총수 혈족 5~6촌과 인척 4촌 중에서 회사의 주식 1% 이상을 보유하거나, 채무보증·자금대차 관계가 존재하다면 친족으로 간주한다. 공정위는 “GS그룹이나 LS그룹 이런 그룹들에서는 다수 친족이 공동으로 지배하고 있는 지배구조를 아직 형성하고 있다”며 “일률적인 (친족)축소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사각지대 부분을 메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총수가 있는 60대 대기업집단의 친족 수는 8938명(2021년 5월 기준)에서 4515명으로 49.5% 감소한다. 대기업집단의 친족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의미다.

계열사 4~5곳은 더 이상 총수의 친족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이에따라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일감몰아주기를 해도 제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현행 제도 내에서도 친족이 독립 경영하는 회사는 분리 친족으로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숫자가 많지는 않다”며 “엄밀한 추산은 불가능하지만, 작년 5월 기준 서너 개 회사가 지분율 기준으로 (계열사에서)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개정안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친족 규제 완화’방안을 그대로 담았다. 앞서 인수위는 총수 친족의 범위를 6촌에서 4촌으로, 인척 범위는 4촌에서 3촌으로 각각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현행 경제법령에서 규제하는 친족의 범위, 즉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축소할 것을 요구해왔다. 친기업·규제 완화를 표방한 새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따라 공정위가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이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집단의 과도한 수범 의무가 완화되고,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공정위는 총수 친족 범위를 줄이는 한편 총수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는 법률상 친생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친족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현행법상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는 특수관계인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총수의 친족(특수관계인)에 포함돼 규제 대상이 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M그룹 우오현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가 총수의 친족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김혜란 씨는 SM그룹 계열사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간 총수 친족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최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이미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공정위는 “사실혼 배우자가 계열회사의 주요 주주로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돼 있어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는 당초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도 이번 시행령에 담으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수로 지정되지 않았던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내년에도 총수 지정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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