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가계빚 문제 심각”…한은에 ‘빅스텝 자제’ 우회 요구읽음

이창준 기자

기재부, 금리 큰 폭 인상 땐 서민 이자 부담에 ‘직격탄’ 우려

한은 ‘독립성 침해’ 논란 불거져…환율시장 개입도 본격화

<b>화기애애한 당정</b>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기애애한 당정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자 경제당국이 다급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속된 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 또 한 번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 서민 대출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일 치솟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급 대책을 통해 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아래 사진)은 25일 “미국과 (국내)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걸(금리 인상)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여러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가계빚 문제 심각”…한은에 ‘빅스텝 자제’ 우회 요구

미국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고, 한은도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동안 ‘통화당국 소관’이라며 금리에 관한 언급을 피해왔던 기재부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0.25%포인트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냐’는 질문에 “전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기재부는 국내 가계부채 상황을 들어 금리 인상 자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가 크게 오르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져 취약계층부터 단계적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섯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통화당국은 올해 초 연 1.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2.5%까지 끌어올렸고, 대출자들의 상환 압박은 이미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등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는데, 다음달 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되면 이 같은 정책 효과마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추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는 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도달하는 등 인플레이션 고비를 넘겼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금리 인상 대신 외환보유액 투입, 민간 보유 해외 금융자산 매각 등 경제당국의 정책을 이용해 환율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달러 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재부는 이날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소화하는 등 연말까지 80억달러가량이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키로 했다. 또 정부는 민간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금융자산을 팔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2조1000억원가량의 민간 대외자산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는 이날 “외환보유고는 금고에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럴 때 시장안정조치를 하라고 있는 자금”이라며 “외환보유고가 아직 많으므로 이런 부분을 활용해 적절한 시장안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의 금리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 공급만으로 달러 강세를 완화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당국이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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