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2조원 ‘뻥튀기’

이창준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중 2조원 가량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이 없는 사업의 예산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에 해당 예산으로 설정한 금액은 약 12조원 가량으로, 관련 예산의 16% 가량이 부풀려진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된 ‘2023년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서 및 기금운용계획서’를 4일 전수분석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11조8828억원 중 실제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해당하는 사업의 예산 규모는 9조9044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 2조원 가량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은 실상 감축 사업과 무관한 사업의 예산이었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은 국가 재정 사업 중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편성한 예산을 말한다. 기재부와 환경부가 주관하며 지난 8월 발표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처음 적용됐다. 의원실에 따르면 이 예산은 ‘세부 사업’ 단위로 작성됐는데, 세부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사업으로 분류되더라도 이에 포함된 하위 단위 사업인 ‘내역 사업’ 중에는 온실가스 감축과 무관한 사업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어 제출된 예산과 실제 예산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회의자료에 따르면 예산서를 작성할 때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을 세부 사업 단위로 작성하되, 감축 효과를 분석할 때는 내역 사업별로 분석하도록 지침이 마련됐다. 그러나 기재부가 최종 예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세부사업에 따라 사업을 분류하고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서 최종 예산서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에는 감축과 무관한 내역사업이 합산된 것이라고 의원실은 설명했다.

부처별 예산을 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순으로 제출된 감축 예산이 실제 감축 예산과 차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의 경우 ‘신성장기반자금’ 세부 사업 규모는 약 1조4886억원인데 이중 감축사업에 해당하는 내역 사업인 ‘Net-Zero 유망기업’의 사업규모는 462억원 가량이었다. 나머지 1조4424억원은 감축과 무관한 내역 사업이었다. 이렇게 부처별 세부 사업 예산액과 실제 감축 사업 예산액의 차이는 중기부 1조5983억원, 해수부 1074억원, 산자부 6879억원, 국토부 572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 의원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1.86%에 불과한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규모도 실망스러운데 이마저도 부풀려진 것이 확인됐다”며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탄소배출 억제 메커니즘이 구축될 수 있도록 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서는 지침에 따라 국회 심사의 기본 단위인 세부사업을 기준으로 작성했다”며 “일부 연관성이 낮은 내역 사업이 있을 수 있으나 고의적으로 부풀린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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