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참전’ 망값 전쟁…“미래 투자” “국내 CP 폭망의 길” 엇갈린 시선

이윤정 기자

‘인터넷망 이용료’ 논쟁 확전

오픈넷이 추진하고 구글 유튜브가 지지하는 ‘망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지난 3일 오전 10시 기준 14만7200명을 넘은 모습(왼쪽)과, 망 이용료 부과가 콘텐츠 창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이사의 글. 사진 크게보기

오픈넷이 추진하고 구글 유튜브가 지지하는 ‘망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지난 3일 오전 10시 기준 14만7200명을 넘은 모습(왼쪽)과, 망 이용료 부과가 콘텐츠 창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이사의 글.

트래픽 1% 이상 차지 기업 5곳 중
2곳만 이용료 안 내 ‘형평성 논란’
여야 ‘무임승차 방지법’ 속도 내자
구글, 반대 청원 등 여론전 불붙여
“사업운영 방식 변경 고려” 압박도

인터넷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쟁이 확전되고 있다. 구글(유튜브)은 최근 자사 채널과 광고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와 일반 소비자들에게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며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나섰다.

망 이용료 논쟁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망 이용료가 통신사의 이익만 늘릴 것이라 주장하지만, 각국 정부는 고속 네트워크 덕분에 엄청난 이익을 얻은 빅테크 기업이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망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유튜버·이용자 볼모 삼은 글로벌기업

여야가 ‘망 무임승차 금지법’을 발의하며 입법 속도를 내자 지난달 20일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부사장은 유튜브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입법 반대 서명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아난드 부사장은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한 창작 커뮤니티는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면서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을’ 관계인 유튜버에게 비용 부담을 지우겠다는 의미인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위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망 이용대가 관련 토론회에서 “구글은 당연히 지급해야 할 망 이용대가 책무를 회피하기 위해 인터넷 생태계 내 약자인 크리에이터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스스로 국내 유튜버에게 갑질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코리아는 국내에서 망 이용료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망 이용료법 반대 서명운동 링크를 올리고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3일 오전 10시 현재 14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벌써부터 망 이용료를 빌미 삼아 서비스 품질을 제한하는 글로벌 테크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는 지난달 29일 국내 방송 최대 해상도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트위치는 서비스 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망 무임승차 금지법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 “미래산업 위한 투자”

21대 국회에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7개가 대표 발의돼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사용자 100만명 이상·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1% 이상을 차지한 구글(27.1%), 넷플릭스(7.2%), 메타(3.5%), 네이버(2.1%), 카카오(1.2%)가 적용 대상이다. 현행법상 이들 업체는 서비스 안정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이용료 분담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현재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이미 네이버, 카카오, 메타는 망 이용대가에 준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아예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와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통신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망 이용료를 미래 산업 투자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산업은 고도화된 망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기업들이 함께 네트워크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모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특정 사업자 간(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분쟁이라는 협소한 관점보다는 네트워크 생태계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K콘텐츠에 부메랑 될 것”

하지만 국회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의 국내 인터넷 사업자, 통신사를 보호하려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빅테크기업을 규제하려는 법안이 도리어 해외 시장에서 국내 콘텐츠기업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별로 망 이용료가 부과되는 ‘장벽’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정부도 압박에 나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결을 위해 통상당국이 나서자 도리어 미국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해 우려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 8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브라이언트 트릭 한국담당 부대표보가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넷플릭스 등을 대상으로 한 망 이용료 등에 대해 문의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유럽에서도 ‘뜨거운 감자’
고속 네트워크로 부 쌓은 빅테크에
“걸맞은 몫 지불해야” 공감대 커져
일각, 글로벌기업 규제 위험성 지적
“K콘텐츠 해외 진출 부메랑 우려”

■ 미국·유럽서도 ‘망 이용료’ 논의 확대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CP에 ‘망 이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 세계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유럽 16개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네트워크 운영비용 일부를 빅테크가 지불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트래픽의 56%가 구글, 메타, 넷플릭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브랜던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지난달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술포럼 기존연설에서 “고속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은 대형 빅테크가 이에 걸맞은 몫을 낼 수 있도록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법안의 본질은 미래 산업을 위한 투자를 누가 할 것이냐의 문제”라면서 “미래산업의 핵심 혈관이 ‘초고속 네트워크망’인데, 큰 이익을 벌어들인 테크기업들이 기반시설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각국 정부가 이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