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연구소의 경고 “위기의 한전, 화석연료 집착 때문”

박상영 기자
가스비·전기세 인상안이 발표된 30일 서울 도심의 주택가 전기 계량기 모습. 문재원 기자

가스비·전기세 인상안이 발표된 30일 서울 도심의 주택가 전기 계량기 모습. 문재원 기자

한국전력이 화석연료를 포기하지 않으면 재무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지원를 기대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 탈탄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13일 보고서 ‘한전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위태롭다’를 통해 “한전이 재무위기를 마주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화석연료에 대한 오랜 집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한전이 4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 속에 나온 견해여서 더 눈길을 끈다.

IEEFA는 미국에 있는 에너지·환경 관련 재정과 경제 이슈를 분석하는 연구기관으로, 지속 가능하며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EEFA는 “화력발전이 한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연료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구조를 고려하면 변동성이 크고 비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지난 10년 동안 한전의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한 데다 이를 전기요금에는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은 지난 11일 사상 최고 수준인 킬로와트시(㎾h)당 27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력 도매가격이 평균 60∼8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4배가 오른 것이다. 반면 올해 상반기 평균 소매가는 ㎾h당 110.4원에 그쳤다.

지지부진한 재생에너지 투자도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한전은 2034년까지 12.7GW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전환하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미 한전의 재무 상황은 심각하게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일반 채권보다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채권 발행액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도 작다고 지적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석탄화력발전소 전경.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제공

한국서부발전 태안석탄화력발전소 전경.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제공

IEEFA는 정부 지원에 따른 높은 한전의 신용등급으로 이같은 위험이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3대 신용평가 중 하나인 무디스는 한전의 독자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에서 두 번째로 낮은 ‘Baa2’로 평가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전의 독자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단인 BBB-로 평가하고 있다. 독자 신용등급은 정부나 모기업, 계열사 등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뒤 개별 기업의 건전성만 평가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고려한 종합신용등급의 경우 무디스는 Aa2, S&P는 AA로 각각 평가했다. IEEFA는 “한전의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강등됐지만 정부의 지급 보증 가능성을 근거로 6∼8단계나 더 높은 등급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석 연료로 인해 재무위기를 맞닥트린 한전에 자금을 제공해 결국 막대한 탄소 배출과 에너지전환 실패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도 한전이 자회사를 통해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하는 점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화석연료 중심 시스템을 유지한 채 정부가 한전을 구제한다면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며 “한전 채권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에 앞서 한전에 2030년 석탄 퇴출 목표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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