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 악몽 딛고, 엔저 업은 일본 브랜드 돌아오다

정유미 기자    박순봉 기자

2019년 대대적 불매운동에 철퇴 맞은 브랜드

유니클로·데상트 등 이전 매출 80~90% 회복

일본여행 폭발···엔저효과 등 분위기 달라져

유통가, 이슈 위험부담은 여전해 마케팅 자제

노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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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의 대한국 수출금지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NO Japan)’이 확대되면서 일본 인기 제품이 한국시장에서 철퇴를 맞은 지 3년 여가 지났다. 유니클로, 데상트, 닌텐도, 소니, 아사히맥주’ 등 업계 1위를 달리던 일본 대표 제품들은 큰 폭의 매출 하락에 매장 철수까지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최근 원·엔 환율이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일본 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일본 인기 브랜드도 차츰 제자리를 되찾는 모습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 당시 유니클로와 데상트 매출이 20% 넘게 하락했지만, 최근 노재팬 분위기가 꺾이면서 올 들어 판매량이 매달 30~40%씩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인기브랜드의 경우 올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량이 평균 30% 이상 증가하는 등 2019년 기준 80~90%선까지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닌텐도·발뮤다·소니·캐논 등 가전과 게임류 매출이 최근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2019년 불매운동 이후 2020년까지 연평균 1~2%대 신장하는 데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7%, 올해는 18.9%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무비자 관광 재개와 엔저 영향으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고객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다만 일본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여전히 위험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꺾였던 일본 브랜드들이 올 3월 이후 눈에 띄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브랜드 데상트와 이 업체가 국내 판권을 가진 엄브로, 르꼬끄 등 사실상 일본계처럼 인식되는 주요 스포츠웨어 판매량이 전년보다 23%가량 늘었다. 니콘, 캐논 등 소형 가전 매출도 올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39%가량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데상트의 경우 전세계 매출의 50%를 한국이 차지할 정도로 매년 흑자행진을 기록했던 만큼 타격이 컸다”면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사회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일본 상품 매출이 올해 1~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가량 신장했다. 게임용품이 10%, 맥주와 사케 등 주류가 5%가량 늘었다. 이마트에서는 일본 맥주(350㎖·6입) 판매량이 전년 10월 대비 올해는 28% 늘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노재팬 당시 아사히와 기린 등 수입맥주 1위를 차지하던 일본 맥주 발주를 전면 중단하고 재고까지 철수시켰다”면서 “다만 아직까지는 매장 진열대에 전면 배치하거나 상품 확대 및 할인행사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도 2019년 이후 2020년까지 일본 제품 판매량이 -40%까지 떨어졌지만 차츰 늘어나고 있다. ‘로이스 생초콜릿’ ‘토요토미 캠핑난로’ ‘스노우피크 파일드라이버’ 등 캠핑용품이 특히 잘 나가는데, 올 들어 10월까지 2019년 대비 매출이 22%가량 증가했다. 쓱닷컴에서는 최근 한달 여간 게임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고급 카메라는 45%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엔저와 일본여행 재개 등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면서 “다만 불매운동 이슈는 리스크가 큰 만큼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불매운동 때 큰 타격을 입었다가 근래 회복세를 보이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국산차는 물론 유럽, 미국 등에 다른 수입차가 많은 데다, 전기차로 전환 같은 시장 상황까지 변해서다. 특히 닛산은 2020년 말 한국 시장에서 공식 철수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닛산은 2020년 5월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일본차 불매운동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매출 하락이 그 이유였다. 한국닛산이 취급했던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는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었던 2019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으로 닛산은 2018년 5053대를 판매했지만 2019년엔 3049대, 철수한 2020년엔 1865대를 판매했다. 인피니티는 2018년 2130대, 2019년 2000대, 2020년 578대 순으로 줄었다.

여전히 국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토요타, 렉서스, 혼다 역시 2019년을 기점으로 판매량 하락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토요타는 2018년 한국에서 1만6774대를 판매했다. 해마다 판매량이 줄어서 2020년엔 6154대까지 내려가 최저점을 찍었다. 2021년엔 6441대로 소폭 회복했고, 1~10월 5352대를 판매해 올해 전체로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걸로 예상된다. 렉서스와 혼다 역시 2020년 최저점을 찍었고 이후 소폭 회복한 수준에 그쳤다. 2019년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로선 국적을 떠나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소비하는 건 당연히 합리적인 경제활동”이라면서도 “과거사나 독도 갈등 등으로 일본 브랜드를 선뜻 내세우기 어려운 것 또한 냉엄한 국내 현실”이라고 말했다. 3년 사이에 대대적인 ‘노재팬’ 운동은 사그라들었지만, 훌륭한 대체품이 있는 경우 개별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를 실천하는 소비자들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2019년 7월 당시 일본 무역보복 규탄과 함께 확대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연합뉴스

2019년 7월 당시 일본 무역보복 규탄과 함께 확대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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