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의 권익을 침해한 기숙사들의 ‘갑질 약관’이 시정됐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학교 기숙사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26개 대학 기숙사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시정 대상은 과도한 위약금 부과, 정산금 지연 반환 조항, 개인호실 불시점검 등 6개 유형의 조항이다.
특히 문제가 된 조항은 환불 관련 규정이다. 연세대, 영남대 등은 기숙사 입사 후 중간일(잔여기간 60일~90일) 이후 퇴사하는 경우 기숙사비를 환불하지 않거나, 환불하는 경우에도 위약금을 과다하게 부과했다. 또 강제로 퇴사한 경우에는 기숙사비를 일체 환불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위약금은 계약해지로 인한 사업자의 손해의 정도를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해야 하지만 기숙사 측은 위약금을 과다 부과했다”며 “강제 퇴사조치된 학생에게도 잔여 기숙사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건국대와 경희대, 부경대, 전남대 등은 기숙사를 퇴사한 학생에게 돌려줘야 할 정산금(보증금·관리비)를 늑장 지급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짧게는 2주, 길게는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정산금을 돌려줬다.
목포해양대와 경희대, 제주대 등의 기숙사에서는 학생에게 사전 안내 없이 불시에 방에 들어가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문제가 됐다.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지는 불시 점검은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 밖에도 기숙사에 두고 간 개인물품을 임의로 처분하도록 한 조항과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사업자가 결정하도록 한 조항, 게시판·홈페이지에 공지한 사항은 일정기간(1~3일)이 지나면 학생이 인지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 등이 불공정 약관으로 지목돼 시정 조치됐다.
불공정 약관을 통해 기숙사를 운영한 26개 사업자 중에는 사립대 뿐만 아니라 국립대,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공공기관도 포함됐다.
대학 기숙사는 저렴한 비용, 접근 편리성, 제한적인 수용 인원 등으로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478개 대학교 중 396개교가 기숙사를 운영 중이지만 수용률(재학생 수 대비 수용인원)은 22.7%에 그친다.
공정위는 “대학 기숙사에 입소하는 학생 대부분은 기숙사가 제시하는 일방적인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 입소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거래 관행과 기숙사생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있어왔다”며 “이번 약관 시정으로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줄어들고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