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영화제작, BTS 소속사는 게임 진출···선 넘나드는 게임-엔터-ICT

이윤정 기자

‘게임사는 영화를 제작하고, 엔터테인먼트사는 게임을 개발한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은 드라마를 만들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직접 운영한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ICT 업계가 선을 넘나들며 종합 미디어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각자의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콘텐츠 영향력을 다방면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미국 영화사 AGBO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AGBO는 영화 <어벤져스>를 연출한 루소 형제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가 설립한 영화제작사다. 올해 초 AGBO에 4억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했고, 상반기 1억달러(1300억원)를 추가 투자해 총 5억달러(약 67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넥슨은 AGBO 지분 49.21%을 보유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넥슨은 영화제작, BTS 소속사는 게임 진출···선 넘나드는 게임-엔터-ICT

넥슨의 AGBO 투자 배경을 두고 ‘디즈니 모델’에 점차 닮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한국의 디즈니’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펼쳐보이곤 했다. 디즈니는 만화 캐릭터를 라이선스 상품, 게임, 영화 사업 등으로 확장하면서 종합 콘텐츠회사로 거듭났다. 넥슨은 최근 미국 완구·게임 기업 해즈브로와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보유한 일본 고나미홀딩스 등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또 지난달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를 첫 투자작으로 선정하고 국내 영화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넥슨은 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에서 IP 전략을 수립했던 닉 반다이크 수석 부사장도 영입했다. 반다이크 부사장은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을 이끌며 AGBO 투자를 주도했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이 보유한 게임 속 IP를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 밖에서도 즐기도록 하자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AGBO 투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AGBO 홈페이지 갈무리

AGBO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게임사 컴투스도 지난해 영화 <승리호>를 제작한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했고, 지난 4월엔 콘텐츠 제작사 ‘정글 스튜디오’를 설립해 웹툰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에 전략적 투자를 이어왔고, 웹툰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신작도 선보였다.

게임사가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활동무대를 넓히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게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19일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를 통해 게임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지난 19일 지스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이브 제공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지난 19일 지스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이브 제공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모든 요소가 함축적으로 담긴 매력적인 콘텐츠”라며 “음악을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란 미래 계획을 가진 하이브가 게임 사업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BTS 멤버들이 군입대를 결정하며 공백기를 갖게 되자 하이브는 BTS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게임’에 주목한 것이다. 이미 하이브는 넥슨코리아 사장을 지냈던 박지원 대표를 2020년 영입해 게임전담조직 하이브IM을 맡기며 게임사업을 준비해왔다.

이미 ICT기업들은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통신사 KT는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앞세워 웹툰·웹소설·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드라마 <변호사 우영우>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KT 시즌은 CJ ENM의 티빙과 합병해 토종 OTT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배우 이병헌·김고은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공유·수지가 있는 매니지먼트숲, 박서준 소속사 어썸이엔티 등을 품었다. 배우 송강호에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제작사 ‘영화사 집’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다. 네이버 또한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EJ Plus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는 등 자체 IP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ICT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별로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면 현재는 ICT 기업들이 다양한 콘텐츠 영역을 넘나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oday`s HOT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개전 200일, 침묵시위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황폐해진 칸 유니스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