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돌연 연기…‘넥스트 스마트폰’ 글라스 시대 언제 오나

구교형 기자

단순 디스플레이 수준 기기 상용화 단계

하드웨어·소프트웨어·배터리 장벽 여전

스마트폰 넘을 스펙·가격 경쟁력 필요

독일 화물 배송업체 DHL 직원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독일 화물 배송업체 DHL 직원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스마트폰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정보기술(IT) 기기는 뭘까. 아직 뚜렷한 대안이 안 보이는 가운데 ‘스마트 글라스’를 꼽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는 안경처럼 쓰면서 실생활에 유용한 각종 디지털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웨어러블 기기다. 현재도 음성 통화, 사진·동영상 촬영, 메시지 전송, 영화 감상 등 기존 스마트폰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한 발 더 나가 실시간 번역, 홀로그램 통화 등을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애플이 올해 예정된 스마트 글라스 출시를 돌연 연기하는 등 현실의 장벽은 높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데이터 처리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개발돼야 한다. 또 장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장착하고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스펙을 갖추면서도 일반인들이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기기 가격이 책정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의석상에서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발전한 것처럼 진화의 다음 단계는 스마트 글라스로 향하고 있다”며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융합하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정·재계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스마트 글라스가 향후 10년 안에 스마트폰 대체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셈이다.

스마트 글라스는 투명 렌즈를 통해 보이는 현실 세계 위에 3차원 증강현실(AR) 등을 구현하는 기기다. 눈에 착용한 상태로 주변을 보면 그 위에 투사된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볼 수 있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달리 안경처럼 쓰고 벗기 편하다. 스마트폰처럼 손에 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양손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일터에서 원격 지원을 받으며 전문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은 이처럼 신체가 기기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이다.

실시간 번역·홀로그램 기능 준비하는 구글·메타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스마트 글라스는 지금의 기술력으로도 스마트폰 주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안경 프레임 끝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마이크와 스피커가 탑재돼 전화 통화나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단순 디스플레이 수준의 기기는 이미 상용화 단계다. 일찌감치 140인치 크기의 가상화면을 구현하는 제품이 출시된 바 있다. 다른 사람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눈앞에서 확인하고, 내비게이션을 실제 도로 위에 표시해 길안내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 목표다. 구글은 지난해 5월 실시간 번역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 글라스를 공개했다. 안경을 낀 상태로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 상대방의 말이 자동으로 번역돼 눈앞에 원하는 언어로 펼쳐진다. 페이스북을 만든 메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화된 스마트 글라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까지 홀로그램 형태의 AR 기능을 지원해 아바타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국내에서는 2년 전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스마트 글라스 기기 영상이 유출된 일이 있었다. 기기를 착용하고 컴퓨터와 스마트워치와 연동해 작업하는 모습, 테이블에서 가상 키보드를 두드리고 홀로그램 화면을 보며 업무를 하는 모습 등이 연출됐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도 스마트 글라스 시제품을 공개하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스마트 글라스 시장 규모는 331억6000만달러(약 40조906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화까지 기술력 보강·사생활 침해 넘어야

문제는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력이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를 탑재한 스마트 글라스 전용 칩셋 등 하드웨어나 운영체계(OS) 등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직 충분치 못하다.

사용자의 어지러움을 줄이고 응답 속도를 빠르게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디스플레이 기술도 요구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야 속에서 디지털 요소와 물리적 물체를 혼합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배터리 수명 연장과 발열 현상 해결도 난제다. 당초 애플도 올해 스마트 글라스를 공개할 계획이었다가 기술적인 문제로 발표를 보류했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구글이 산업용으로 판매 중인 스마트 글라스 개당 가격은 999달러(약 123만원)다. 최신 스마트폰급 스펙을 갖추려면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10여년 전 스마트 글라스가 처음 출시됐을 때 논란이 된 불법 촬영 등 사생활 보호 논란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

IT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글라스가 착용 상태에서 거동이 불편한 VR 헤드셋을 대체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도 “하루 종일 사람 손을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고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2020년 8월 중국의 스마트 글라스 업체 엔리얼과 협업해 출시했던 증강현실(AR) 글라스. LG유플러스 제공 사진 크게보기

LG유플러스가 2020년 8월 중국의 스마트 글라스 업체 엔리얼과 협업해 출시했던 증강현실(AR) 글라스. LG유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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