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요금 못내 가스 끊긴 집만 2만6000가구...곳곳에 사각지대읽음

박상영 기자

‘공급 중단 유예’ 몰라서 신청 못하고

정부 발표한 난방비 추가 지원 대책

지역난방 사용 가구는 적용 못 받아

등유 때는 취약층 지원 범위도 제한적

정부가 겨울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한 1일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 보일러 연통이 설치돼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겨울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한 1일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 보일러 연통이 설치돼 있다. 성동훈 기자

도시가스 요금을 내지 못해 결국 가스 공급마저 끊긴 집이 2만6000가구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번에 추가 난방비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에너지 복지’ 문턱이 높은 데다 그간 행정 집행도 미비해 곳곳에 사각지대가 많은 실정이다.

1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도시가스 요금체납 및 공급 중단 현황’을 보면 2021년 12월 기준, 도시가스 요금을 내지 못해 공급이 중단된 건수는 2만6521건에 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요금을 내지 못하더라도 공급 중단은 유예해주는 제도가 있다”며 “가스공급이 끊긴 사례는 이런 제도를 알지 못해 신청을 못한 취약계층이거나, 비취약계층 중 요금을 내지 못한 경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도시가스 공급 중단 사례 중 여력이 있는데도 내지 않는 가구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평균 가스 체납요금이 10만8000원 수준인 사실을 고려하면 다수는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스 요금을 내지 못해 공급이 끊긴 사례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줄고는 있다. 2019년 4만1250건이었던 공급 중단 건수는 2020년 3만4148건, 2021년에는 2만6521건으로 감소세다. 그러나 최근 도시가스 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탓에 이대로 가면 요금을 내지 못해 가스가 끊기는 가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행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사례는 전기료 체납 가구에서도 드러난다.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을 겪은 가구는 2017∼2021년에 32만1600가구에 달했다. 이 중 3만4963가구(10.9%)만 에너지바우처를 이용했다. 에너지바우처는 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전기, 도시가스,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연탄 등의 구매 이용권이다.

이 제도는 대표적 에너지 복지 사업으로,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라는 소득 기준과 함께 노인·영유아·장애인·임산부·중증질환자·희귀난치질환자·중증난치질환자·한부모가정·소년소녀가정 등 세대원 특성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실제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대상은 약 118만 가구로, 지난해 전체 기초생활수급 가구(179만)의 65.9% 규모다. 즉 기초생활수급자 중 상당수는 사실은 에너지 취약계층이지만 지원 대상에서 빠졌을 개연성이 있다.

게다가 이날 대책으로 지원 대상은 확대됐지만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지역난방 사용 가구는 여전히 에너지바우처 이외에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역난방 사업자 대부분이 민간이어서 정부가 요금 감면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의원에 따르면 난방비 감면 대상이지만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난방 임대주택 가구는 연평균 10만 가구다.

서민연료인 등유를 쓰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숙제다. 정부는 지난해 말 등유 바우처를 31만원에서 64만1000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렸지만 지원 대상은 생계·의료급여 수급세대 중 등유보일러를 사용하는 한부모가족과 소년소녀가정으로 한정했다.

등유 가격이 오르면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이나 낙후된 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유 가격이 뛰자, 같은 설비에서 생산하는 등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 가격 동향을 보면, 등유 가격은 전날 기준 ℓ당 1481.86원으로 1년 전보다 357.58원(31.8%)이나 올랐다.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도 541.75원에서 93.55원으로 좁혀졌다.

신 의원은 “이번 난방비 대란의 충격이 큰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촘촘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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