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뜨니, 국내 반도체 업계도 ‘들썩들썩’

이재덕 기자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반색하고 있다. AI 운용에 필요한 서버(클라우드) 규모가 늘어나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5년 전 국내외에 집중적으로 지어진 데이터센터의 서버 부품 교체 시기도 임박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작년 말부터 겪고 있는 보릿고개를 극복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챗GPT 같은 AI 알고리즘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고사양 D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서버용 GPU 시장에서는 GPU와 함께 D램이 패키지로 묶여 판매된다.

GPU 시장에서 최강자인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았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 패키지에는 SK하이닉스의 차세대 D램 ‘HBM3’가 결합해 있다.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한층 끌어올린 제품이다.

엔비디아의 자리를 위협하는 AMD는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AMD는 ‘MI-100’에 삼성전자의 HBM-PIM(Processing-in-Memory) 메모리를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추가한 반도체다. PIM을 활용하면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이 줄어 시스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HBM 메모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일반 메모리 제품과 달리 서버향 HBM은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장기 계약으로 공급돼 경기 변동에서도 자유롭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서버향 AI 반도체 시장은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라며 “메모리 불경기인 요즘은 챗GPT 같은 소식이 참으로 반갑다”고 말했다.

일반 서버용 시장에서도 희소식이 전해졌다. AMD가 지난해 11월 서버용 CPU인 ‘4세대 에픽(코드명 제노아)’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인텔도 서버용 CPU인 ‘4세대 제온(코드명 사파이어래피즈)’을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최신 D램인 DDR5 메모리를 지원한다.

국내기업들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고용량 DDR5는 분명히 사업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하반기에는 신규 CPU 출시에 따른 DDR5 수요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5년 전 국내외에서 집중적으로 건설된 데이터센터들의 서버 부품 교체 시기가 다가오는 것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호재다. 인텔이나 AMD도 이런 교체 주기를 고려해 서버용 CPU를 출시했다. 대대적인 CPU 교체가 일어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특화된 DDR5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에서도 차세대 제품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반등이 시작됐다”면서 “이번에도 서버향 차세대 메모리가 불황 탈출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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