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대리점 24곳 “대금 5% 깎는 게 기본…보험사 갑질 더 이상 못 참겠다”

반기웅 기자

손보사 6곳 ‘불공정거래’로 공정위 신고

수십년째 자리 잡은 ‘꺾기’ 관행
“33만원 청구하면 29만원 지급”
삭감률 자의적…대기업엔 안 깎아

현대모비스 부품 대리점 24곳이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6개 대형 손해보험사로부터 수십년간 ‘부품 대금 꺾기’ 등 불공정거래를 당했다며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 보험사가 부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5% 이상 차감 지급하는 ‘갑질’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경기 화성에서 현대모비스 부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진수씨(가명)는 16년째 보험사로부터 청구한 부품값보다 적은 대금을 받고 있다. 평균 5%, 많게는 7% 이상 깎인 금액이다.

정비업체는 사고 차량이 들어오면 부품 대리점에서 부품을 가져다 수리한다. 부품 대리점은 정비업체에 납품한 부품값을 보험사에 청구하고 보험사가 확인 후 부품 대리점에 지급한다. 부품 대리점이 부품을 공급하는 곳은 정비업체지만, 실제 대금은 보험사에서 받는 구조다. 보험사는 부품 대리점이 산정한 금액을 그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먼저 대리점이 청구한 부품가격을 현대모비스가 정한 권장소비자가격으로 낮춰 잡는 1차 감액을 한다. 권장가로 감액하는 이른바 ‘손해사정’을 하고 그 금액에서 또다시 5%가량을 깎는다. 해당 업계에서 ‘5% 꺾기’라고 불리는 오랜 관행이다.

예컨대 지난해 4월 박씨는 리어 범퍼 로어를 포함한 부품을 정비공장에 보내고 33만5020원의 대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손해사정을 거쳐 부품값을 28만6200원으로 감액했고, 다시 삭감률 5%를 적용해 27만1890원을 최종 부품 가격으로 정했다. 박씨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최종 금액은 29만8100원(부가세 10% 합산)이다. 박씨는 “협의 없이 보험사가 정한 기준대로 부품값을 깎고 일방적으로 지급한다”며 “인건비와 배송비, 보관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보험사들의 삭감 기준은 자의적이다. 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정비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감액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운영하는 정비업체는 통상 현대모비스가 직접 자동차 부품을 공급한다.

부품 대리점의 보험 관련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 부품 업계에서는 보험사의 차감 지급으로 대리점 유통 마진의 3분의 1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견디다 못한 일부 대리점이 개별적으로 보험사에 여러 차례 시정을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공정위 제소에 나선 대리점은 24곳이지만 전국의 현대모비스 부품 대리점 1100여곳이 같은 처지에 있다. 보험사 말고는 사실상 대체거래처가 없기 때문에 대리점에 보험사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갑’이다. 1980년대 자리 잡은 5% 꺾기 관행이 이제껏 근절되지 않은 이유다.

대리점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자동차 부품 대리점은 매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서 싸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신고한 6개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악사손보, 한화손보다.

보험업계 “현금거래에 따른 것
법적으로 전혀 문제없는 방식”

보험사들은 5% 차감 지급을 인정하면서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부품 대리점들이 대금 지급 지연을 피하기 위해 보험사에 현금거래를 제시하면서 정착한 할인 거래 방식이란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2009년에 공정위가 유사한 사건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심건섭 공정거래전문 변호사는 “5% 감액 행위가 장기간 지속된 관행이라고 해서 합법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의 감액 행위는 변화된 시장 환경에 따라 재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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