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구조 속 연료비 폭등 겹쳐

김상범·반기웅 기자

한전, 작년 ‘최악 적자’ 원인

가스공사는 ‘난방비 지원’ 떠안아
전기·가스요금 인상 불가피할 듯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32조원대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낸 배경에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전력 판매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더해 지난해 3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가 19조4929억원에서 34조6690억원으로 77.9% 증가했고, 민간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구입비도 21조6190억원에서 41조917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한 데다 LNG·석탄 등의 가격도 급등한 탓이다.

지난해 LNG 가격은 t당 156만4800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에너지 가격은 올랐는데, 판매가가 낮아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도 손실을 키웠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킬로와트시(㎾h)당 평균 155.5원을 지불했다. 반면 전력 판매단가는 ㎾h당 120.5원으로 ㎾h당 35원의 손해가 난 셈이다. 가스공사 사정도 좋지 않다. 미수금 규모는 8조6000억원에 이르는 데다 최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비용도 가스공사가 상당 부분 떠안았다.

두 에너지 공기업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이미 총 네 차례에 걸쳐 38.4% 올랐다. 전기요금도 지난해 ㎾h당 19.3원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h당 13.1원이 추가로 인상됐다. 더 이상의 요금 인상을 이어가기에는 여론의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부담스러운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에너지 주무부처와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대통령실 사이의 온도차도 엿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시간이 갈수록 미수금과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점진적인 (전기·가스)가격 정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2분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포함 중앙과 지방의 공공요금 인상을 줄줄이 하반기로 미루면서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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