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 대정전 우려에 ‘봄철 특별대책’ 발표
수도권 연결 송·배전망 확충, ESS 보급 지지부진
정부가 다음 달 사상 처음으로 전력 수요 대비 공급 초과를 이유로 태양광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킨다. 전력 과잉 생산시 송·배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경남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집중된 가운데 수도권까지 연결되는 전력망 확충이 지지부진해 앞으로도 강제로 발전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봄철 전력수급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다음 달 1일부터 호남·경남 지역을 대상으로 태양광 설비용량 기준 최대 1.05기가와트(GW)까지 출력을 제어하겠다고 밝혔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가 평균적으로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정부가 전력 수요가 높은 여름·겨울이 아닌 봄에 수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책은 전력 공급 확대가 아닌 축소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산업부는 전력 다소비 시설인 공장이 문을 닫는 근로자의 날(4월 29일~5월 1일)이나 어린이날(5월 5~7일) 연휴 기간에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태양광 발전은 연휴에도 계속되지만 산업용 전력 수요는 휴일에 급감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수요에 따라 신속히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전력수급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에는 누적된 태양광 발전 증가로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태양광 발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낮은 호남·경남 지역에 집중된 점이 문제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 수요가 큰 수도권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현재 지어진 송·배전망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앞서 제주도에서는 같은 이유로 태양광·풍력 발전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에서는 2015년 출력 제한 명령이 3회 내려진 데 이어 해마다 횟수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동일 명령 빈도가 132회에 달했다. 주로 풍력 발전에 대한 제어가 이뤄졌지만 태양광 발전을 상대로 한 조치도 28회 이뤄젔다. 다만 일련의 조치는 정부 차원의 결정이 아닌 전력거래소 자체 판단으로 집행됐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를 대폭 보강할 계획이지만 재정 문제가 만만치 않다. 한국전력의 연간 적자 규모가 지난해 30조원을 웃돈 데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손해가 예상돼 투자 여력이 없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가둬뒀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설비 도입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산업부는 최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6년까지 26GW 규모의 ESS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최대 45조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소요 재원을 밝혔다.
이번 조치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지만 보상에 나설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출력 제어로 발전소가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사업자들에게 정부가 피해를 보상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