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KT 결국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사외이사들도 줄사퇴

구교형 기자
격랑의 KT 결국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사외이사들도 줄사퇴

KT가 구현모 대표이사와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의 잇단 사퇴로 결국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사외이사 6명 중 노무현 정부 출신으로 임기가 1~2년 남은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스스로 물러났다. 경영 공백 상태에서 차기 대표 선출 시까지 임시 수장 역할을 할 대표 직무대행에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임명됐다.

KT는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구 대표와 윤 후보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구 대표의 임기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까지이지만 직무대행을 세우고 자신이 조기에 물러나는 방안을 택했다.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으로 사내이사인 윤 후보도 퇴사 수순을 밟게 됐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는 자신의 연임과 윤 후보 선임이 모두 무산된 상황에서 주주들 앞에 서서 주총을 직접 진행하는 게 부담스러워 일찍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을 지낸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구 대표와 윤 후보의 중도 하차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이들은 먼저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여권의 집중 표적이었다.

김 사외이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그간에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A를 작동할 것이냐, B를 작동할 것이냐 생각했는데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1년 연장안이 상정돼 있다. 임기가 2년 남은 김용현 사외이사도 조만간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 다수의 의견은 순차적 사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대표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산하에 ‘성장지속 태스크포스(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운영한다. KT 이사회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신규 이사들이 중심이 돼 변경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KT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2차례 임시 주총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은 “현 위기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 협력해 KT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고객과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 이사회가 해체되면 상법 등에 따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사회 구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이 이사진을 구성하면 여권이 원하는 대표를 꽂기는 유리하겠지만, 민간기업을 상대로 대놓고 관치를 하는 셈이어서 사법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야당, KT 임직원, 소액주주들은 여권이 원하는 대표를 뽑기 위한 새판짜기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간기업 사장 선임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권력남용”이라며 “윤 대통령이 차라리 직접 KT 사장을 임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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