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IRA 보조금 받는다···업계 “한숨 돌렸네”

박순봉 기자    김상범 기자

‘북미 최종 조립’ 요건 발목, 현대차는 혜택 못받아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용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용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관련해 지급 대상 요건을 대폭 완화한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 조달처 비율 등에 대한 요청 사항이 대부분 반영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는 아직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2025년 현지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 전기차 구매 시 1대당 최대 7500달러를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시행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세부 지침은 다음 달 18일부터 전기차 판매 현장에 적용된다.

2일 세부 지침에 따르면 친환경차 세액공제 보조금을 100% 받기 위해서는 일단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또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북미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하거나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한다.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북미 지역에서 만든 전기차라고 해도 보조금의 50%인 3750달러만 지급된다.

이번 지침에서 국내 베터리 업계에 우호적인 부분은 양극판과 음극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활물질’이 배터리 부품이 아닌 ‘구성 재료’로 규정됐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은 활물질을 국내에서 만들지만 양·음극판의 경우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또 핵심 광물 수입 경로를 당분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인도네시아나 아르헨티나에서도 광물을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가져온 광물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직접 가공하기 때문에 미국이 제시한 보조금 지급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지난 1일“우리 업계와 정부가 함께 요청한 사항이 반영되면서 양국 간의 배터리 공급망 협력 관계가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호적인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에게 두루 공급되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미국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은 오는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에서 외국 우려 단체의 개념을 정의하지 않았지만 향후 중국 기업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중국산 리튬 등을 한국에 가져와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 그 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미국 재무부는 전기차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은 보조금 지급 대상의 필수조건으로 유지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데 2025년 생산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될 경우를 제외하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업용 자동차 세액 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미국 전기차 생산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배터리 업체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해 세액 공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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