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이어 영국 등 챗GPT 규제 논의···한국은 ‘역주행’

김은성 기자
챗GPT 메인 화면 갈무리.

챗GPT 메인 화면 갈무리.

개인정보 유출 등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의 규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챗GPT의 접속 차단을 검토하거나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사용 지침을 마련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행정안전부 등의 업무보고 때 ‘챗GPT 사용 권고’를 한 후 정부기관과 기업에서 빠르게 확산됐다가 보안문제가 터지자 개별적으로 사용제한에 나선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AI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한국도 규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선 허용·후 규제’ 를 골자로 한 인공지능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AI의 부작용을 제대로 거르지 못해 세계적으로 통용될 만한 경쟁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당국이 개인정보 보호 우려 등을 이유로 챗GPT 접속을 잠정 차단한 데 이어 다른 국가들도 규제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아일랜드 당국은 챗GPT 차단 근거를 알기 위해 이탈리아 당국과 접촉했다.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 대변인은 “이탈리아 당국에 해당 사안을 알아보고 있다”며 “유럽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 당국과 이 사안과 관련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도 독일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같은 이유로 챗GPT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생성형 AI 기업들을 상대로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법률의 적용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학습에 사용한 개인정보의 대규모 수집과 저장을 정당화하는 법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생성형 AI는 학습 데이터를 어디에서 얻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지난달 일부 이용자의 프로그램 사용 기록(대화내용 등)이 다른 이들에게 노출되는 오류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오류를 해결했다고 공지했다. 규제 당국은 이탈리아가 챗GPT에 대해 먼저 조치했지만, 조만간 구글의 바드 등 다른 AI 챗봇들도 관련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개인정보 침해 등의 혐의로 AI 테크기업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고, 영국은 AI 산업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백서를 내놨다. 호주도 AI의 안전하고 윤리적인 활용을 위해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규칙을 만들고 있다. AI가 사용자의 사생활과 인권, 안전 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적절히 규제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정보인권연구소와 참여연대 등 정보·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이 AI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추진하는 인공지능법은 AI 규제에 나선 EU와 미국 등의 선진국에 역행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없이 기술이 상용화한 후 규제가 진행되면 사회적 혼란으로 경제 손실만 더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승익 한동대 BK21 글로벌입법팀 교수는 “신뢰성은 AI 기술이 갖춰야 할 옵션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라며 “산업을 육성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AI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위험영향평가 등의 최소한의 사전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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