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와 따로 가는 한국경제…저성장 고착화되나

반기웅 기자    이윤주 기자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반등 흐름에 올라탔는데 한국 경제만 정체가 계속된다는 것인데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내년 이후에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경우 한국의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OECD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수정전망할 때마다 한번의 예외없이 계속 하향조정했다. 2021년 12월 2.7% 전망에서 이달 1.5%까지 내려왔다. 반면 글로벌 경제는 지난해 11월 2.2%에서 바닥을 친뒤 지난 3월(2.6%), 이달(2.7%) 연속 상향조정했다.

한국경제 성장이 더딘 이유는 먼저 수출이다. 수출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 정부 기대와 달리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하다. 주요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무역수지는 15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방역조치가 대부분 해제되고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올 1분기 간신히 역성장을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무역수지 적자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하반기에도 성장세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내수산업 경쟁력 강화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라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반도체 및 대중국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무역수지의) 뚜렷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고금리, 고물가 부담은 그나마 나았던 민간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 실적 악화와 정부의 긴축으로 소득 증가까지 약해지면서 하반기에도 소비가 좋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OECD도 “물가상승률은 4월 들어 3.7%까지 떨어졌으나, 근원 인플레이션은 공공·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4.0% 유지되고 있다”며 고물가를 우려했다.

이날 OECD는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 수준이 내년 하반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의 긴축 기조가 내년 하반기까지는 유지되어야 물가 안정 목표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2%에 근접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들어 코스피에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지표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일부 되살아나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데드캣 바운스’(대세 하락장에서의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경제 상황으로는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도 상반기에 미리 당겨 지출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재정 여력도 없고.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OECD는 내년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낮췄다. 반면 세계경제 전망은 종전 전망치(2.9%)를 유지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경제와 글로벌 경제의 디커플링 상황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원 현재경제연구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OECD는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도 전망치를 내렸는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더 늦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실제로 반도체 수출 부진과 고금리, 높은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경기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한양대 경제학)는 “과거에는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 흐름에 올라타고 성장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소득 수준에서 2%를 밑도는 성장률이 계속된다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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