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 배추 20㎏에 5만원…소금값 폭등 이유
고춧가루·생강·대파 등 김장 양념류도 급등
유통가 앞다퉈 김장김치 기획전 선보여
경기 성남에 사는 주부 박모씨(57)는 쌀쌀해진 날씨에 다가오는 김장철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배추 한 포기에 7000원이 넘는 데다 소금과 고춧가루, 마늘 등 양념류 가격이 심상치 않다.
박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소금을 사려고 해도 품절돼 비싸도 구하지 못했는데 양념류 가격까지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며 “아무래도 올해는 친지·이웃들과 김장 김치 한 조각도 나눠 먹기 힘들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고물가·고금리 등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배추와 소금값 급등으로 절임배추 가격이 오른 데다 고춧가루, 파, 마늘 등 양념류 가격마저 들썩이고 있어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절임 배추 가격이 20㎏ 기준 5만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5000원가량 올랐다. 실제 전남 해남의 절임 배추 생산 농가에서 판매하고 있는 10㎏(4∼6포기) 상품은 2만8000원, 20㎏(8∼12포기)은 5만원이다.
김장 물가 상승은 올해 폭염과 폭우에 태풍 등까지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배추 등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 가격은 6861원으로 한달 전(5497원)에 비해 24%가량 올랐다.
또한 소금의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에다, 태풍으로 생산량까지 줄면서 가격이 더 뛰었다. 굵은 소금 5㎏이 1만4217원으로 1년 전(1만1195원)보다 27% 올랐고, 평년(8249원)보다는 72.3%나 비싸졌다.
또 절임 배추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배추와 소금 가격 인상에 박스 포장비와 택배비는 물론 인건비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김장 양념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고춧가루(국산)는 1㎏당 3만6245원으로 1년 전(3만1655원)에 비해 14.5% 올랐고, 대파(3849원)와 쪽파(1만519원)도 각각 22.1%, 21.5% 뛰었다. 생강 역시 1㎏당 1만8662원으로 전년(8761원)보다 2배 이상 치솟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고물가 시대 고객들의 장바구니 가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김장 기획전에 들어갔다. 롯데마트·슈퍼는 김장철이 본격화하는 다음달 초에는 고춧가루, 젓갈, 무, 파, 마늘 등 김장 속 재료에 대해서도 기획 할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 5일 해남·영월산 절임 배추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영월 절임배추(20㎏)의 경우 4만9900원으로 지난해 행사 때보다 4000원가량 올랐지만 해남 절임배추(20㎏)는 행사 카드 결제시 국내 최저가인 2만9900원에 내놨다.
홈플러스는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3차례에 걸쳐 김장용 절임 배추를 예약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절임 배추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해남지역 지정 농가에서 사전 기획 물량 10%를 확보하는 등 지난해보다 물량을 20% 늘렸다.
이마트는 이달 말부터 절임 배추 예약판매에 들어가며 판매 가격과 산지 물량 수급 등을 현재 조율하고 있다.
백화점도 김장철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유기농 먹거리를 전문으로 하는 올가 매장을 통해 지난 6일 절임 배추, 김치 양념소, 김장 세트, 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 4종의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유기농 또는 저탄소,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우수 제품으로 오는 11월 5일까지 예약판매 기간 구입하면 20%싸게 살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부터 50일간 김장철 기획전을 열고 절임 배추와 양념장 등 주재료를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