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원된 재계 충격 “뿌린 당근, 숙제로 남아”

구교형 기자

“정부, 부실 조사로 ‘기망보고’…어떻게 보면 뒤통수 맞은 것”

주요 기업들이 총동원돼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섰지만 1차 투표에서 참패하면서 한국 재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유치 과정에서 여러 나라에 제시한 ‘당근책’이 사업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29일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고 믿었으며, 일부 국가는 한국을 지지하겠다고 명쾌하게 얘기했고 문서로 보장해준 국가도 있었다”면서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달라졌는데, 어떻게 보면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은 아프리카·중남미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가 투표 대상 국가와의 직접적인 사업 관계를 매개로 효과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한 기업 임원은 “비유하자면 (사우디와 달리) 우리는 말한테 바로 물을 주는 게 아니라, 물을 먹이는 방법 제시로 접근했던 것”이라며 “기업이 하다보니 약속을 완전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개최국 발표 전날까지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희망고문’과 달리 사우디에 현격한 차로 패한 이면에는 부정확한 판세 분석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약간 ‘기망보고’가 있었던 것 같다”며 “듣기에 외교부, 대통령실, 국가정보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파악한 조사가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지지표가) 적게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12개 주요 기업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났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는 총 1645회에 달한다. 특히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이 전체 교섭활동의 89.6%를 맡았다.

기업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면서 자비로 부담한 각종 광고와 네트워킹 비용에 대해서는 ‘준조세’라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국가적 명운이 걸린 행사였기 때문에 기업들이 저마다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갹출했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제 속 쓰린 숙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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