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업계 반발 속 ‘속도전’…공룡 플랫폼 반칙에 ‘빠른 제재’ 법
규제 대상서 쿠팡·배달의민족 등 빠지면 추진력 떨어질 가능성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설 연휴 전에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정부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해당 업계의 조직적 반발이 커지자 법안 세부 사항을 공개하고 전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플랫폼법 정부안을 이달 중 공개한다. 공개 시점은 설 연휴 이전, 이번주 발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발표 방식 등을 두고 부처 간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며 “설 연휴 전 공개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의 핵심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끼워팔기·자사 우대·타사 플랫폼 이용 제한·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등 4대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시장을 장악한 ‘공룡’ 플랫폼이 반칙 행위를 통해 소상공인과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행위를 빠르게 제재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이번 플랫폼법 제정을 독과점 플랫폼의 폐해를 바로잡을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도 처벌은 가능하지만 사건 처리 과정이 늦어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독점이 강화되는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사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를 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는데, 공정위 신고 접수 이후 조사가 진행되는 약 3년 동안 시장 점유율 확보를 끝냈다. 거액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이미 경쟁사는 퇴출됐고 점유율은 공고하다.
플랫폼 독점이 강화될수록 반칙 행위에 대한 제재는 어려워진다. 당장 공정위의 조사 단계부터 막힌다. 오픈마켓 등 대형 플랫폼 갑질에 대한 제보를 받고 현장 조사를 나가면 입점업체가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입점업체들은 거래가 끊길까봐 피해를 입고도 숨기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과 거래하는 납품·입점업체 부담은 점차 커지고 있다. 공정위의 2022년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 대부분 유통 채널의 실질 수수료율은 줄어든 반면 온라인쇼핑몰의 실질 수수료율은 2019년 9.0%에서 2022년 12.3%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플랫폼법에 대한 업계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단체 주도의 반대 서명 운동과 성명, 각종 토론회 개최 등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펴고 있다. 정부안 공개 이후 협의를 하겠다던 입장도 법안을 전면 거부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공정위는 정부안 공개를 돌파구로 삼겠다는 방침이지만 세부 내용에 따라서는 기대와 달리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일각의 관측대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소상공인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이 규제 대상인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지 않으면 그간 플랫폼법을 지지했던 단체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 이기재 소상공인연합회 온라인플랫폼공정화위원장은 “플랫폼법에서 쿠팡이 빠진다면 소상공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정한 거래 질서를 위한 다른 규제 법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