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감세 폭탄’···‘폴리시믹스’가 있기는 하나

이창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감세 위주의 조세 정책을 연달아 쏟아내면서 편향적인 정책 운용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세제와 지출 등 다양한 정책을 조합하는 폴리시믹스(Policy mix)가 필요하지만 과도한 감세로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가에서도 이같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금 정책‘만’ 쓰는 윤석열 정부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지난 2일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 상품에서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날 경우 이에 과세하는 제도다. 여야 합의로 내년 시행키로 했으나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돌연 폐지를 공언하면서 당정은 총선 전에 이를 통과시킨다는 목표로 야당과 협상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안은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쏟아낸 각종 세제 정책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주주 주식 양도세 기준을 완화했고 올해 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기업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상향, 지난해 한시 도입한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연장했다.

이후에도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를 연장하고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확대(8000만원→1억400만원)하는 등 각종 조세 정책을 연달아 내놨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효과를 줄 수 있는 경제 정책은 크게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실시·지원하거나 세금을 통해 경제적 유인을 조절하는 방안 두가지가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 증가율(2.8%)을 작년 물가상승률(3.6%)보다 낮게 설정하며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을 최대한 틀어막았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감세 정책을 내면서 일방향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편향된 정책은 편향된 결과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내수가 크게 부진한 원인이 정부가 적절한 정책 조합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세로 인해 정부소비가 제한받으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쓰기로 했다가 쓰지 못한 예산은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당초 예상보다 56조4000억원의 국세 수입이 줄면서 상당액 지출이 유보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수출과 민간소비는 늘었지만 정부지출이 줄어 결국 내수 악화를 부채질했다”며 “1.4%라는 이례적인 저성장의 진원지는 줄어든 정부지출”이라고 말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해 9월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해 9월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세정 공무원에게는 ‘가혹한 겨울’

과도한 감세 정책으로 과세 당국도 난감해 하고 있다. 세정 공무원은 직무 특성상 소득이 발생하면 정당하게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일을 하는데, 윗선에서부터 단기간에 감세 정책을 쏟아내자 실무자들은 신념을 거슬러 이를 집행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밝힌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확대 조치에 대해서도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간이과세자는 연 매출액이 일정 금액 미만인 영세 사업자로, 이들은 일반 사업자의 절반이 안되는 세율을 적용해 부가가치세를 낸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세금 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매출이 적은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정책이지만 업장의 거래 정보 자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지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세정 당국 관계자는 “간이과세자를 확대하는 건 과세 체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이라며 “세금을 다루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웬만해선 스스로 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말했다.

정책 발표 시점을 봐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는 조치는 정책 취지 상 일몰 시점에 투자가 정말 좋지 않을 경우 ‘비상 수단’으로 단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는 올해 말 종료될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조치를 연장한다는 방침을 올해 1월에 발표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장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내년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고 미리 연장을 해버리면 어떤 기업이 올해 투자를 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수 살리려면 결국 재정 쓸 수밖에”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는 나라 곳간에 굳게 빗장을 거는 이유를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가 재정을 너무 방만하게 썼기 때문에 이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재정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감세로 세입 기반을 스스로 허물면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데 대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세입기반이 한번 허물어지면 그 부담은 다음 정권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과도한 감세로 세수입이 급감하자, 박근혜 정부는 소득세 세액공제 축소, 담배값 인상 등 증세를 단행해야 했다. 특히 세액공제 축소 과정에서는 중산층의 반발로 세제개편안을 두번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서 세금만 깎아주는 것은 거시적으로 경기를 띄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재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인 정책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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