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해외직구 지형도…한국은 왜 ‘C커머스’ 격전장이 됐나

남지원 기자
변화하는 해외직구 지형도…한국은 왜 ‘C커머스’ 격전장이 됐나

거세지는 ‘알·테·쉬’ 공습…
중국 내수 침체 빠지자 한국 노려
277조원 국내 시장 성장도 견인차

언어·결제 편리, 진입 장벽 낮춰
배송 단축·초저가로 소비자 공략

온라인 쇼핑 시장의 3% 불과해도
국내 플랫폼은 투자 늘리며 견제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33개 사보고 엄선한 추천템과 비추템 리뷰’ ‘테무에서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으로 10만원어치 사봄’ ‘설날 용돈으로 테무깡’ ‘1만~2만원대 난리난 쉬인 하울’.

최근 유튜브를 뒤덮고 있는 ‘알·테·쉬’, 즉 알리·테무·쉬인 관련 영상들이다. 국내 쇼핑몰에서는 2만원이 넘지만 알리에서는 3.8달러(약 5200원)에 불과한 쌀통, 단돈 2달러(약 2750원)짜리 멀티탭 보관함 등 저렴한 생활용품부터 문구류와 옷, 전자기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영상에 등장한다.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구매한 경험담, 쓸 만한 물건을 고르는 꿀팁 등을 나누는 이용자들도 많다.

국내 플랫폼들이 꽉 잡고 있던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알·테·쉬’를 앞세운 ‘C커머스’ 중국 크로스보더 플랫폼들이 공세를 펼치고 있다. 크로스보더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뜻으로, 해외 상품을 싸게 들여와 팔거나(직구) 국내 생산자 상품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도록(역직구) 도와주는 플랫폼을 말한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3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각각 887만명, 829만명으로 국내 주요 쇼핑몰인 11번가(740만명), G마켓(548만명)을 제치고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1위인 쿠팡(3086만명)과의 격차는 아직 크지만 이용자 확장세는 매섭다. 알리 가입자는 1년 만에 2배나 늘었고, 지난해 7월 한국에 처음 진출한 테무 가입자는 반년 만에 11배나 폭증했다. 패션 전문 플랫폼인 쉬인은 아직 68만명 수준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의 성장세를 봤을 때 조만간 중국 크로스보더 플랫폼들의 이용자 수를 합치면 쿠팡과 비등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이 C커머스 플랫폼의 격전장이 된 것은 중국의 출생률 감소와 소비 둔화로 내수시장 성장이 정체되자 중국 e커머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다. 티몰·타오바오 등을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은 알리를 통해 글로벌 커머스 사업을 확대했고, 중국에서 ‘알리바바 대항마’로 떠오른 핀둬둬는 테무를 통해 미국 등지에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한국은 이들이 주목하는 주요 시장 중 하나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물류 인프라가 우수하다.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배송이 편리하며 구매력을 갖췄고 트렌드에 민감한 것도 강점이다.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글로벌 기준으로는 미국·중국·일본·영국에 이어 5위에 달한다. 미국이 최근 테무·쉬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이들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 등 신흥시장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 직구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한국 소비자들도 C커머스에 몰렸다. 과거에는 직구를 하려면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한 뒤 별도로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까지 직접 배송을 해주는 일부 국내외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배송이 기본 10일에서 한 달까지도 소요됐다.

알리와 테무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구한 것은 이 부분이었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쇼핑몰 애플리케이션, 국내 쇼핑몰처럼 주소만 입력하면 구매할 수 있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한국 결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한국 고객을 끌어모았다.

분기점은 지난해였다. 알리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저렴한 제품을 늘렸다. 한국 전용관인 ‘K-베뉴’를 열어 신선식품과 국내 대기업이 생산한 가공식품 등을 입점시키는 등 오픈마켓 사업도 시작했다.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와 국내 물류기업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배송기간을 최단 3~5일로 단축시키기도 했다.

테무는 지난해 7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중국 현지 생산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C2M(Consumer to Manufacturer·소비자-제조업체) 모델에 기반한 초저가 전략을 내세운다. 2017년 2581억원이던 중국 직구액은 2021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는데, 알리와 테무의 공세에 힘입어 2022년 1조4858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에는 3조2873억원으로 1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물론 C커머스 사업자들이 국내 사업자들의 본격 경쟁자로 부상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외직구는 전체 온라인쇼핑 시장의 3%에 불과하다. 지난 1분기 기준 이용자 1인당 결제 추정액은 알리 3만3622원, 테무 4451원에 불과해 티몬(16만7467원), 쿠팡(13만9879원), G마켓·옥션(13만7470원) 등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긴장한 상태다. 현재까지는 이들 플랫폼이 해외직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 국내에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확보하고 입점 셀러를 늘리면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알리는 한국에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2600억원을 들여 18만㎡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국내 e커머스 플랫폼 11번가를 알리가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대응에 분주하다. 쿠팡은 최근 와우멤버십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기로 했는데, 알리·테무와의 경쟁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업체들도 중국 플랫폼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당일배송·익일배송을 늘리고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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