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공세 속 쿠팡, 7분기 만에 순손실···“투자 더 늘린다”

남지원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쿠팡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났다. 당기순손익도 7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2년 연속 연간 흑자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올해부터 본격 수익을 창출하려던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의 공세에 휘청이는 모양새다. 쿠팡은 국내 투자를 확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혀, e커머스 업계 ‘쩐의 전쟁’이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이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를 보면 쿠팡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000만달러(약 531억원)로 지난해 1분기보다 61% 줄었다. 쿠팡의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처음이다. 당기순손실은 2400만달러(319억원)로 2022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외형 성장이 계속되며 매출은 분기 최대치인 71억1400만달러(9조4505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다. 앞서 JP모건은 쿠팡이 1분기에 영업이익 2060억원, 당기순이익 1380억원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리·테무 공세 속 쿠팡, 7분기 만에 순손실···“투자 더 늘린다”

쿠팡의 실적 부진에는 지난 1월 인수를 완료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 실적이 1분기부터 편입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쿠팡이츠와 파페치, 대만 사업 등이 포함된 ‘성장사업’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적자는 1억8600만달러(약 247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배가량 늘었다. 여기에는 파페치의 에비타 손실액 3100만달러(약 411억원)가 반영됐다.

중국계 e커머스에 대응해 상품·물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 점도 수익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쿠팡은 지난 3월 앞으로 3년간 신규 통합물류센터와 배송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하고 도서산간, 오지까지 로켓배송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유통업계 1인자로 몸집을 키운 쿠팡은 2022년 3분기를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내며 ‘계획된 적자’를 탈출했다. 하지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을 통해 우리는 업계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빨리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쇼핑 옵션을 바꾼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쿠팡은 상품·물류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C커머스 공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한국산 제품 판매액을 지난해 130억달러(약 17조원)에서 올해 16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 무료배송·반품, 할인쿠폰 제공 등 와우 멤버십 혜택 규모도 지난해 30억달러(약 4조원)에서 올해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으로 늘려 충성 고객을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쿠팡이 다시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로 돌아서면서 올해 2년 연속 흑자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 소비자 반발에도 불구하고 와우회원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린 것도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분석된다.

쿠팡의 하반기 실적에는 월회비 인상으로 고객이 얼마나 이탈하느냐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신규회원 회비만 오른 현 시점까지는 쿠팡 이용자 수가 줄지 않았지만, 기존 가입자도 인상된 월회비를 내야 하는 7월부터는 고객 이탈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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