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
금융·부동산 등 자산소득에
“과도한 징벌적 과세” 비판
취약계층 지원 목소리 외면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감세와 규제 완화, 개발을 중심으로 한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권의 총선 참패 후 고물가 속 내수 활성화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적극적 재정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에 부응하는 기조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금융·부동산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과도한 징벌적 과세”라고 비판하는 등 조세정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장 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며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해 온 시장 경제와 건전재정 등 기존 경제정책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상향 조정한 점 등을 거론하며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뛰며 이뤄낸 성과”라고 자평했다.
국가채무의 안정적 관리와 규제 완화, 민간 일자리 창출, 부동산 과세 완화 등도 지난 2년간 추진한 경제정책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곳곳에서 우리 경제 회복의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의 추세를 잘 유지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도 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총선 패배 이후 커지고 있는 국정기조 전환 여론에 성과를 앞세워 선을 그은 것이다.
부자 감세 논란을 빚고 있는 자산소득 감세 정책 역시 기존 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면서 “1400만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이 무너지고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폐지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투자로 얻은 수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앞서 여야 합의로 시행이 미뤄져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식화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선 “징벌적 과세”라고 지적하며 “세금도 과도하게 들어가게 되면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 경제정책의 성과와 일관성을 강조하면서도 세수 부족과 재정 적자, 양극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방위적인 감세와 경기 침체가 맞물려 지난해에는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분기 7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 국면에 정부가 재정 조기 집행은 늘린 반면 국세 수입은 줄어든 영향이다.
양극화도 심화됐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시장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의 비율)은 1년 전보다 상승했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커졌다는 의미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민심을 단순한 소통 부재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며 “실제 성과는 미흡한데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는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