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손’ 기관·외국인은 적용 대상 아냐
대만 사례는 ‘금융실명제’ 도입 영향이 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같은 경우는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만 했다가 증시가 난리가 나고 막대한 자금 이탈이 돼서 결국 추진을 못했다”면서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도 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정말 증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까. 팩트체크를 해봤다.
① 외국인·기관은 적용 대상 아님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등을 거래해 발생하는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초과분에 22%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이다. 주식으로 거둔 연간 수익이 5000만원 이상,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지금은 한 번 거래할 때 일률적으로 붙는 증권거래세 외에 주식 매매 차익에 매기는 세금은 없다. 종목당 보유 금액이 10억원 또는 일정 지분율 이상의 고액 투자자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돼 2023년부터 시행키로 했다가 투자자들 반발이 이어져 2025년 1월로 시행 시기를 2년 미뤄둔 상태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고 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를 움직이는 기관과 외국인의 경우 금투세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증시 타격이 클 것이라는 건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은 법인세로 부과되고, 외국인은 조세협정에 따라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중 금투세 대상자는 약 15만명, 전체의 1% 정도로 추정된다.
② 대만 증시 폭락, 금융실명제 영향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며 거론한 대만 사례는 한국과 비교하기에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은 1989년 주식 양도차익에 최대 50%의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개편안을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도입 한 달 만에 대만 TWSE 지수는 36% 급락했고, 일일 거래금액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최대 50%에 달하는 세제를 준비 없이 급작스럽게 시행한 여파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세금 자체보다 금융실명제 도입에 있었다.
당시 대만은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지 않았는데, 주식 양도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선 금융실명제가 필수였고 차명계좌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안착된 한국과 비교하기엔 무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