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증가하니 에너지 자립률↓”··· 청정섬 죽도의 딜레마

강정의 기자

지정 당시 76.7% 에너지 자립률 58%로

주민들 “디젤발전기 가동 소음·매연 우려”

홍성군 “주택 태양광 설치 등 대책 마련할 것”

충남 홍성 죽도 전경. 충남 홍성군 제공

충남 홍성 죽도 전경. 충남 홍성군 제공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 있는 죽도는 29가구 57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외딴섬이다. 수년 전만 해도 죽도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전력 문제였다. 외부에서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섬 마을 주민들은 자체 디젤 발전기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소음은 또 다른 골칫거리였다.

이같은 고민은 2016년 충남도가 한화그룹 등과 손잡고 죽도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자립섬’으로 탈바꿈시키면서 해결됐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시설이 설치돼 섬 주민들은 전기 걱정을 덜게 됐고, 발전기를 돌리는 과정에서 나오던 매연과 소음도 사라졌다. ‘청정에너지 자립섬’ 이미지를 갖게 된 후 늘기 시작한 관광객은 덤으로 얻은 성과였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이 매년 3만명씩 몰리면서 도리어 에너지부족 사태가 야기된 상태다.

14일 홍성군에 따르면 2022년 죽도에는 3만1789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지난해에도 9월까지 집계된 관광객 수가 2만7949명으로, 연간 3만명 이상이 죽도를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조용한 섬 마을이던 죽도에 본격적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죽도를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했고, 그 해 홍성 서쪽 끝에 있는 남당항에서 죽도로 향하는 정기 여객선이 운항하기 시작했다.

울창한 대나무 숲과 아름다운 낙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가장 중요한 관광 자원이지만, 에너지 자립섬이라는 청정 이미지도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했다. 2021년 인기 배우들이 죽도에서 탄소제로 생활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은 TV 프로그램이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홍성군은 올해도 ‘저탄소 섬’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죽도를 서해안 대표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문제는 관광객 증가가 가져오는 부작용이다. 작은 섬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은 재생에너지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충남 홍성 죽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한화 제공

충남 홍성 죽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한화 제공

2018년 에너지 자립마을 선정 당시 죽도의 재생에너지 자립률은 76.7%(2017년 기준)였다. 당시 전국의 에너지 자립마을 26곳 중 가장 높은 3등급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2019년 재생에너지 자립률은 61%, 2022년 58%까지 떨어졌다. 반면 디젤 발전기 가동으로 생산한 전기량은 2018년 114.2MWh에서 2019년 163.3MWh, 2022년 181.3MWh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에너지 자립섬의 이미지가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 증가로 섬 내 식당과 숙박업소의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탓이다. 관광객을 반기던 주민들도 이제는 재생에너지 부족 사태를 우려한다.

이종화 죽도 마을회 사무국장은 “현재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전력 생산을 위해 디젤 발전기 가동이 필요한 만큼 과거와 같은 소음과 매연 발생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지역 발전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에서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기형 충남도의원은 “관광객을 위한 식당과 민박집이 늘면서 죽도에서 에너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방문객에게 소액의 입장료를 받거나 관련 기업의 기부를 받아 재생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자립률 저하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섬 내에 주택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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