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의 진격’ 삼양식품, 라면업계 순위 흔든다

남지원 기자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왼쪽), 미국의 한 소녀가 까르보불닭을 생일선물로 받고 감격하는 영상(오른쪽). 두 영상은 틱톡에서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틱톡 캡처·삼양식품 제공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왼쪽), 미국의 한 소녀가 까르보불닭을 생일선물로 받고 감격하는 영상(오른쪽). 두 영상은 틱톡에서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틱톡 캡처·삼양식품 제공

‘만년 3위’였던 삼양식품의 성장세가 라면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라면 업계 1·2위인 농심과 오뚜기의 영업이익을 분기 기준으로 추월했고,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라면업계 1위에 올랐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5.1%나 증가했다. 반면 농심은 3.7% 감소한 6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오뚜기는 12.0% 증가한 732억원이었다. 삼양식품 실적 발표 직후 증권사들은 “상상도 못 한 실적” “음식료 업종 희대의 서프라이즈” 등 이례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매출도 크게 늘었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7.1% 성장한 3857억원이다. 경쟁사인 농심(8275억원), 오뚜기(8836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성장세는 경쟁사에 비해 눈에 띄게 가파르다. 삼양식품은 2018년까지만 해도 5000억원에 못 미치던 연 매출이 5년 사이 두 배 이상 오르며 지난해에는 1조원을 처음 넘겼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부동의 1위였던 농심을 이미 제쳤다. 삼양식품 시총은 지난 10일 처음으로 농심을 추월했고, 1분기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17일에는 상한가에 장을 마치며 농심과의 시총 격차를 9000억원대로 벌렸다.

‘불닭의 진격’ 삼양식품, 라면업계 순위 흔든다

삼양식품의 급성장은 대표 브랜드인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해외 인기가 날로 더해가는 데서 기인한다. 2012년 처음 출시된 매운맛 볶음면인 불닭볶음면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유통채널 입점을 늘려가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불닭볶음면 제품 중 매운맛이 덜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받으면서 미국 대형마트에서 ‘까르보불닭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30분을 운전해 까르보불닭을 사다 먹는 영상, 생일선물로 까르보불닭을 받은 텍사스 소녀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영상 등은 틱톡에서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 매출 중 해외 매출의 비중은 2019년 50%를 넘긴 뒤 지난해에는 68%로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75%에 달했다.

‘불닭의 진격’ 삼양식품, 라면업계 순위 흔든다

내수보다 수익성이 높은 해외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면서 올해 1분기 삼양식품은 20.7%라는 기록적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마진을 크게 남기기 어려운 식품기업은 영업이익률이 4~5%대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고, 10%만 넘어도 매우 호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인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7%대다. 해외는 내수시장보다 가격 책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마케팅 비용 등의 부담도 적다는 특징이 있다. 까르보불닭의 미국 월마트 판매가격은 개당 3달러(약 4000원) 안팎으로 국내보다 2~3배 비싸다. 최근 강달러 현상이 계속된 것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은 여름철에만 생산하던 열무비빔면 등 내수용 계절면 생산도 중단하고 불닭볶음면 생산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삼양식품 실적이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라면업계 지형도가 바뀌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양식품이 건설 중인 밀양 2공장이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생산량이 30% 이상 늘어나고, 미국에서도 아직 시장을 키울 여지가 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닭볶음면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은 아직 메인스트림 입점이 완료되지 않아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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