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올해 말이면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로 진입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올해 말 105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은 전체 인구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에 기인한다.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74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총 1337만명에 달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K씨는 이달 말이면 35년여간 일한 회사를 퇴직하게 된다. 퇴직 후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 다음 순위로 자연스럽게 밀렸다.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제적 동기 등 현실적 요인은 개인의 욕구보다 더욱 절실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50대에 접어든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5년 내 은퇴를 예상하고 있으나 주된 일자리 퇴직 후에도 최소 5년간 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씨의 현실은 지금 50대 베이비부머의 현실이기도 했다. 부족한 노후 준비를 위해 K씨가 고려하는 것은 주택의 다운사이징(축소)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한 K씨는 일자리나 미혼인 자녀의 출퇴근 때문에 당장 집을 지방이나 외곽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주택연금 가입도 고려하고 있으나 지금은 집값도 떨어져 있어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자녀들이 출가하면 실버타운으로의 이주 등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전업주부로 가사노동에 전념한 배우자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다. 현재 사는 아파트가 노후화돼 편의시설이 부족하지만 새 아파트로 이사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서 택한 대안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실버타운으로 이주해도 주택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도록 가입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살던 아파트를 월세 주고 실버주택으로 이주하면 연금과 월세 수입 이중 장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전국 89개 인구감소 지역에 분양형 시니어 주택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9년 만에 분양형 실버주택이 부활, 시니어 주택 조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에 비해 걸음마 단계에 있는 실버주택 산업은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노령층 가구도 적지 않아 다양한 연령층 및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노령층을 타깃으로 한 주택 상품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현재 고가 실버주택 위주에서 다양한 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이 건설돼야 하며, 단지 내 커뮤니티 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실버주택의 활성화는 도시 내 월세 주택 물량을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네 삶은 또 그렇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